신화의 몸에서 현실의 몸으로…19세기 누드화 논쟁을 추적하다

[신간] '선 넘는 미술사'

'선 넘는 미술사'는 누드화를 둘러싼 예술과 외설의 경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흔들려왔는지 추적한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선 넘는 미술사'는 누드화를 둘러싼 예술과 외설의 경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흔들려왔는지 추적한다. 저자 이지호는 쿠르베와 마네, 클림트, 실레, 모딜리아니의 문제작을 따라가며 검열이 예술을 어떻게 통제했고 화가들은 어떻게 그 경계를 밀어냈는지 짚는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책의 출발점이다. 나체를 찬미의 대상으로 보던 시선이 어느 순간 단속과 처벌의 대상으로 바뀌는 과정을 따라가며, 누가 그 기준을 세워왔는지 묻는다.

책은 1857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조각 '다비드'를 보고 성기를 가릴 장치를 만들게 한 일화로 문을 연다. 탈착식 무화과 잎사귀는 예술 작품 위에 덧씌워진 검열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이후 시선은 19세기 후반으로 옮겨간다. 사진의 발명과 정신분석학의 등장은 이상화된 신화의 몸 대신 욕망과 상처를 드러내는 현실의 몸을 화폭에 올렸고, 누드화는 예술과 외설 사이의 충돌 한가운데 놓였다.

귀스타브 쿠르베와 에두아르 마네의 사례는 그 충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쿠르베의 누드화는 살롱에서 거부됐고,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는 여신이 아닌 현실의 여성이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이유만으로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는 몽마르트르 환락가 여성들의 일상과 휴식을 그렸고, 구스타프 클림트는 '다나에'에 여성의 쾌락을 노골적으로 담아냈다. 책은 이 작품들이 단순한 선정성이 아니라 당대의 미감과 도덕 규범을 뒤흔든 사건이었다고 정리한다.

에곤 실레는 1912년 노골적인 나체 드로잉 때문에 체포됐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드화는 전시 당일 경찰의 철거 명령을 받았다. 지금은 거장으로 불리는 화가들이 당시에는 법정과 전시장, 거리의 조롱 속에서 작품을 지켜야 했다는 점이 책의 또 다른 축이다.

책은 2부 구성으로 외설의 탄생과 사실적인 누드의 부상을 짚은 뒤 쿠르베, 마네, 로트레크, 클림트, 실레, 모딜리아니를 차례로 호출한다. 에필로그와 부록에서는 논란이 남긴 의미와 고가 누드화 사례까지 덧붙여 누드화를 둘러싼 역사적 맥락을 넓힌다.

이지호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현대미술사와 철학, 조소와 회화를 공부했고 미국 스타트업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했다. 귀국 뒤에는 전시 기획 현장을 거치며 미술과 대중의 접점을 다뤄왔고, 이번 책에도 그 관심사를 검열과 표현의 자유라는 질문으로 묶어냈다.

△ '선 넘는 미술사'/ 이지호 지음/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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