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철학·연극의 현장…고대 그리스 문명을 따라가다
테오도로스 파파코스타스 "고고학은 인류의 집단 심리 상담"
[신간] '엘리베이터에 갇힌 고고학자'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엘리베이터에 갇힌 고고학자'는 선사 시대부터 로마제국기까지 이어지는 고대 그리스의 긴 시간을 엘리베이터 안 대화라는 형식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저자 테오도로스 파파코스타스는 미노아 공주와 미케네 서기, 소크라테스와 알렉산드로스 같은 인물과 장면을 따라가며 고고학을 오늘의 인간을 이해하는 질문으로 끌어온다.
책은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어색한 질문에서 출발해 고대 그리스의 시간으로 곧장 들어간다. 멈춰 선 엘리베이터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빌려 선사 시대에서 로마 제국기까지의 긴 흐름을 끊기지 않는 대화로 잇는 방식이다. 역사서와 고고학 입문서를 겹쳐 놓은 구성이 초반부터 선명하다.
관심은 영웅과 왕의 연대기만 좇지 않는다. 혼인을 앞두고 이집트로 향하는 미노아 공주, 점토판에 기록을 남기는 미케네 서기처럼 문명 뒤편의 일상과 손의 움직임을 먼저 끌어낸다. 그 덕분에 고대 그리스는 추상적인 문명사가 아니라 살아 있던 사람들의 세계로 바뀐다.
키클라데스 조각상과 미케네 성채, 사자문, 파르테논 신전, 디오니소스 극장 같은 유적과 장소도 문명의 골격으로 촘촘히 놓인다. 에게해를 무대로 예술과 건축, 연극이 태어난 순간을 따라가며 유물과 유적이 남긴 흔적을 한 시대의 생활 감각과 연결한다. 화려한 기념물만 남기지 않고 그 안에 새겨진 사랑과 고통, 욕망도 함께 읽어낸다.
호메로스와 헤라클레이토스, 소크라테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각 장면의 전면으로 다시 호출된다. 저자는 영웅담을 되풀이하기보다 서사시와 철학, 민주주의와 제국의 확장이 어떤 현장과 사건을 거쳐 나타났는지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의 찬란함을 말하면서도 그 역사를 만든 말과 몸, 제도와 폭력의 자취를 함께 짚는다.
구성은 가장 널리 알려진 시대 구분에 맞춘 12장으로 짜였다. 선사 시대에서 키클라데스, 미노아, 미케네를 거쳐 고전기와 헬레니즘 시대, 로마제국기에 이르는 흐름을 따라가고, 장마다 '고고학 문답'을 붙여 고고학이 무엇인지, 유물의 나이를 어떻게 가늠하는지, 왜 같은 유물을 두고 해석이 갈리는지를 풀어낸다. 처음 고고학을 접하는 독자도 따라가기 쉬운 설계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를 이상화하지도 않는다. 반복된 전쟁과 학살, 인간 희생,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처럼 문명의 어두운 면도 그대로 드러낸다. 성취와 폭력을 한 시대의 맥락 안에서 함께 보려는 태도가 책 전체의 긴장을 만든다.
저자 테오도로스 파파코스타스는 그리스와 영국에서 고고학을 공부했고,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대학교에서 고전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테살로니키 고고학 박물관과 킬키스 고대 유물 관리국에서 일했고, 2018년 시작한 '고고학 스토리텔러' 프로젝트와 팟캐스트, 강연으로 고고학을 대중의 언어로 옮겨왔다. 첫 책인 이 작품은 그리스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논픽션'에 선정됐고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 '엘리베이터에 갇힌 고고학자'/ 테오도로스 파파코스타스 지음/ 강경이 옮김/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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