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부터 두루미까지 동물과 함께하는 한국사 50장면

[신간] '우리 역사 속 동물 이야기'

'우리 역사 속 동물 이야기'는 한국사 기록과 설화에 남은 동물을 따라가며 신화에서 DMZ까지 이어지는 시대의 정서를 다시 묶는다. 시간 여행자 하랑과 검은 고양이 까미의 모험을 앞세워 50마리 동물에 얽힌 역사와 감정의 흔적을 장면 중심으로 풀어낸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우리 역사 속 동물 이야기'는 한국사 기록과 설화에 남은 동물을 따라가며 신화에서 DMZ까지 이어지는 시대의 정서를 다시 묶는다. 시간 여행자 하랑과 검은 고양이 까미의 모험을 앞세워 50마리 동물에 얽힌 역사와 감정의 흔적을 장면 중심으로 풀어낸다.

책은 기존의 왕조중심의 연표를 앞세우기보다 기록 한편에 머문 동물의 자리를 끌어내는 방식이 택했다. 동물은 배경이 아니라 시대의 공포와 충성, 인내와 평화를 비추는 매개로 놓인다.

고조선과 삼국 시대로 묶인 1부는 단군 신화의 곰과 산군으로 불린 호랑이에서 출발한다. 주몽을 이끈 백마, 수로왕 서사에 얽힌 거북이, 죽어서도 바다를 지킨 문무왕의 용, 김알지 탄생을 알린 흰 닭까지 신화와 건국 서사가 촘촘히 이어진다.

이 대목에서 책은 동물을 상징으로만 놓아두지 않는다. 곰의 버팀과 호랑이를 둘러싼 두려움, 왕권과 결부된 백마와 용의 이미지가 각 시대의 정서와 함께 놓인다.

고려를 다룬 2부는 만부교에 묶여 숨진 낙타, 강가의 수달, 왕의 총애를 받은 원숭이, 원나라로 간 해동청, 절에 들어온 고양이와 소식을 전한 비둘기까지 불러낸다. 낯선 사막의 짐승에서 궁궐 정원의 학까지 이어지는 배열이 당시 사람들의 시선과 믿음을 드러낸다.

시간 여행자 하랑과 검은 고양이 까미의 모험을 앞세워 50마리 동물에 얽힌 역사와 감정의 흔적을 장면 중심으로 풀어낸다.
조선 왕실과 궁궐, 백성의 삶으로 번지는 동물들

3부와 4부에선 조선의 왕실 기록과 생활사가 맞물린다. 유배를 떠난 코끼리, 인왕산을 넘은 표범, 궁궐 밤을 울린 올빼미, 연못의 오리 같은 장면이 먼저 서고, 이어 소와 참새, 거위, 누에, 꿀벌, 제비가 백성의 곁으로 내려온다.

이 구성은 동물이 비범한 상징일 때와 일상의 노동을 떠받치는 존재일 때를 나란히 보여준다. 가족보다 귀한 재산으로 불린 소와 곡식을 지키려는 참새 이야기는 생활사의 결을 직접 건드린다.

5부와 6부는 야생과 상상 속 세계로 범위를 넓힌다. 여우와 멧돼지, 뱀, 두꺼비, 고래가 두려움과 경외를 모으는 한편 봉황, 해태, 기린, 불가사리, 삼족오, 이무기, 인어, 불개, 비익조가 옛사람들의 상상력과 세계관을 펼친다.

마지막 7부는 상징의 방향을 다시 현재 쪽으로 돌린다. 매미의 청렴, 반딧불이의 형설지공, 개미의 협동, 까치의 길조, 두루미의 평화, 까마귀의 효성이 시대를 건너며 어떤 가치로 남았는지 정리한다.

이야기는 오래된 기록과 잊힌 목소리를 보관하는 도서관 '파루'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심축이 흔들린 파루를 되살리려면 역사 속에 남은 동물들의 '감정 조각' 50개를 모아야 하고, 그 임무를 하랑과 까미가 맡는다.

하랑은 '윤슬 펜'으로 기록을 눈앞의 장면처럼 펼쳐 보이고, 까미는 그 여정을 곁에서 밀어붙이는 동행자로 움직인다. 둘이 시대의 틈으로 뛰어드는 설정 덕분에 낙타의 억울함, 코끼리의 외로움, 두루미의 평화 같은 감정이 사건 서사와 함께 붙는다.

책은 장면을 앞세우되 기록의 자리를 비워두지 않는다. 각 꼭지 말미에 붙인 '하랑의 실록 메모'는 앞선 이야기가 어떤 역사 기록과 문화사 자료에 기대고 있는지 짚어, 이야기와 실제 사료의 간격을 줄인다.

'삼국유사'와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설화와 민속, 생활사 자료까지 끌어온 점도 눈에 띈다. 왕 이름과 연표를 먼저 외우기보다 친숙한 동물을 따라 낯선 시대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설계다.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책답게 설명은 딱딱한 해설보다 장면과 모험에 무게를 둔다. 곰, 호랑이, 백마, 용처럼 익숙한 존재가 길잡이가 되면서 먼 시대의 기록이 생활감 있는 이야기로 바뀐다.

감수는 서강대학교 HUSS 포용사회사업단 연구교수이자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센터 연구조교수 출신 한국사 연구자 김근하가 맡았다. 이번책은 '흥미진진한 한국사 팩션 시리즈'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다음 권으로 예고된 '우리 역사 속 괴물 이야기'는 전설 속 요괴와 신비한 존재들로 모험을 넓힌다.

△ '우리 역사 속 동물 이야기'/ 스토리글리프 지음/ 280쪽

'우리 역사 속 동물 이야기'는 한국사 기록과 설화에 남은 동물을 따라가며 신화에서 DMZ까지 이어지는 시대의 정서를 다시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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