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단절시키는 대화 습관은?…감정적 반응과 선입견
대화를 왜곡하는 요인을 짚고 반응적 듣기 방법을 제안
[신간] '대화한다는 착각'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심지어 사랑하게 된다"(34쪽)
'대화한다는 착각'은 우리가 왜 서로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지 파고든다. 저자 마이클 니콜스는 경청이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자아와 관계를 세우는 핵심 행위라고 보며, 진짜 대화가 무너지는 심리적 이유와 회복의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
사람들은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차례만 기다리고 있다. 말하고 싶은 욕구가 앞서면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밀려나고, 그 순간 관계의 연결도 약해진다.
경청은 단순한 침묵이나 예의가 아니다. 누군가의 말을 받아들이는 경험이 자존감과 자기 인식, 관계 맺기 방식에 깊이 작용하며, 특히 유년기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그 힘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왜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가도 분석한다. 니콜스는 욕구와 선입견,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기대, 상처를 건드리는 감정 반응이 어떻게 듣기를 방해하는지 심리학 개념과 사례를 통해 풀어낸다.
이 과정에서 전이와 역전이, 불안, 방어 심리 같은 요소도 중요한 변수로 다뤄진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평범한 말이 비난처럼 들리거나, 상대의 요구를 통제와 거부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이런 심리적 역학 속에서 설명한다.
실천적 해법으로는 '반응적 듣기'가 제시된다. 자기감정과 즉각적인 반박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상대의 감정과 의도를 먼저 확인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저자는 본다.
책은 나쁜 듣기 습관도 여러 유형으로 나눈다. 대기실형, 가로채기형, 해결사형, 감정차단형, 독심술사형, 유령형, 요점정리형 같은 구분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대화 습관을 돌아보도록 구성했다.
전면 개정된 3판에서는 디지털 환경의 변화도 반영했다. 공동 저자인 임상심리학자 마사 스트라우스와 함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집중을 흩뜨리고 관계의 경청 구조를 바꾸는 문제를 짚는다.
결국 '대화한다는 착각'은 잘 말하는 법보다 잘 듣는 법을 더 근본적인 과제로 제시한다. 가족과 연인, 친구, 직장 동료,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까지 아우르며,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 왜 관계의 출발점인지 다시 묻는다.
△ 대화한다는 착각/ 마이클 니콜스 지음/ 윤삼호 옮김/ 5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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