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가 관계를 망친다?…전문가가 짚어낸 '납치 화법'의 함정

[신간] '대화가 서툰 어른을 위한 말하기 수업'…판사 화법, 기관총 화법까지 말버릇을 짚다
설명이 잔소리가 되지 않으려면 일터에서 최선의 화법은?

[신간] '대화가 서툰 어른을 위한 말하기 수업'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나도 예전에 그랬는데..." 위로랍시고 던진 이 한마디가 상대의 입을 닫게 만든 적은 없는가. 공감의 표현이라 믿었던 말들이 사실은 상대의 대화 주도권을 뺏는 '납치'였다면? 말 한마디로 공들인 관계가 틀어지고 진심이 오해받는 성인들을 위한 실전 대화 지침서가 나왔다.

'대화가 서툰 어른을 위한 말하기 수업'은 말 한마디로 관계가 틀어지고 진심이 오해받는 순간을 줄이기 위한 실전 대화법을 담은 책이다. 보이스무드는 일상과 일터에서 반복되는 말하기 실수를 짚고, 공감과 배려를 살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표현법으로 고쳐 가는 길을 제시한다.

책은 대화의 기술을 화려한 화술이 아니라 관계를 다루는 태도로 본다. 상대의 고민을 가로채는 말, 아는 척으로 흐름을 끊는 말,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하는 말을 돌아보게 하며, 말을 바꾸는 일이 곧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짚는다.

■ 상대의 고민을 가로채는 '납치 화법'… 공감의 탈을 쓴 권력

핵심은 잘 말하는 법보다 잘 들어 주는 법에 놓인다. 책은 "나도 그래"라며 자기 이야기로 옮겨 가는 습관을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는 방식으로 본다. 대신 "더 말해봐"라고 자리를 내어 주는 태도가 공감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1장과 2장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말하기 실수를 구체적으로 해부한다. '납치 화법'과 '척척박사 화법', '판사'의 언어, 팩트 폭격기 같은 표현으로 상대의 말을 끊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 해결책도 추상적 조언보다 사례와 전후 문장 비교로 풀어낸다.

책은 공감을 감정적 동조에만 두지 않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안다고 착각하고 원인을 쉽게 그 사람에게서 찾는 습관을 경계한다. 상대가 서 있는 자리를 먼저 보려는 태도, 함부로 인과관계를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누군가의 편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 "인 것 같아요"… 자신을 깎아먹는 흐릿한 말버릇

3장과 4장은 회피와 단답, 흐릿한 말투, 습관적 사과, 빈약한 표현을 다룬다. 특히 "…인 것 같아요"처럼 자기 감정과 판단을 끝내 확신하지 못하는 말버릇이 자신을 더 작아지게 만든다고 짚는다.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는 일도 기술이며, 확신 있는 말투는 스스로를 믿는 데서 시작된다고 본다.

5장은 일터의 말하기로 범위를 넓힌다. 기관총 화법과 반존대, 설명이 잔소리처럼 들리는 말투, 전화 응대의 품격, 신뢰를 깎는 억양 문제까지 다룬다. 말을 쏟아 내는 것은 웅변이지만 말을 나누는 것이 대화라는 구분도 이 장의 중심축이다.

보이스무드는 목소리와 말투의 패턴을 분석해 더 효과적으로 말하는 법을 알려 온 강연·코칭 브랜드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7.6만 팔로워를 모았고, 현재 13만 팔로워와 누적 조회수 약 2000만 회를 기록했다. 이규원과 황은호도 함께 참여해 교육 현장과 비즈니스 현장의 말하기를 보탰다.

책은 완벽하게 말하는 사람을 만들겠다고 하지 않는다. 실수하지 않는 것보다 실수했음을 알아차리고 다음 문장을 바꾸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대화가 서툰 어른에게 말의 기술서이자, 관계를 다시 세우는 연습장에 가깝다.

△ 대화가 서툰 어른을 위한 말하기 수업/ 보이스무드·이규원·황은호 지음/ 비즈니스북스/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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