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노스님이 건네는 마음의 여백…"내가 틀릴 수도 있다"
[신간]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산중 수상록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반야암 지안 스님의 산중 수상록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가 29일 출간됐다. 책은 올해 여든을 맞은 노스님이 통도사 반야암에서 길어 올린 사색을 담아 복잡한 세상에서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적한 행복'의 길을 보여준다.
지안 스님은 평생 불교를 연구하고 가르친 대강백이다. 통도사 반야암에서 50여 년 동안 제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과 삶의 태도를 일러 준 스님은 이 책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기보다 자신만의 "오솔길 인생"으로 조용히 독자를 초대한다.
책의 중심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태도가 놓여 있다. 스님은 사람이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 고정관념의 성을 쌓게 되고, 그 막힌 생각이 곧 번뇌가 된다고 말한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나을 때도 있고, 말보다 침묵이 더 나은 순간도 있다는 통찰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스님은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편안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책임과 성찰을 요구받는다고 본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 많이 돌아보게 되는 이유를 "미안함이 앞서는 인연"이라는 말로 풀어낸다.
역경을 바라보는 시선도 담담하다. 스님은 "어둠이 깊어야 별은 빛난다"며 흔들림과 고통을 피해야 할 것만으로 보지 않는다. 괴로움과 슬픔의 끝에도 즐거움과 기쁨의 씨앗이 숨어 있고, 밤이 되어야 별을 보듯 음지에서만 보이는 진실이 있다고 말한다.
세월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이 책의 중요한 결이다. 꽃이 지는 일은 끝이 아니라 열매를 맺고 다음 봄을 기약하기 위한 '거룩한 후퇴'라고 읽는다. 지나가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흘러가는 결을 따라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의 지혜라는 뜻이다.
책은 머리말과 5개 장으로 짜였다. '비로소 산이 보였다'에서는 순리에 맡기는 삶을, '제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에서는 함께 사는 법을, '세월은 익어가는 것'에서는 받아들이는 시간을 다룬다. 이어 '어둠이 깊어야 별은 빛난다', '마음이라는 꽃밭을 일구며'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자리와 행복의 감각을 차례로 짚는다.
지안 스님은 1970년 통도사에서 출가해 평생 교학에 매진했다. 통도사승가대학 강주, 조계종 고시위원장, 역경위원장, 불전한문승가대학원장, 서울불학승가대학원장 등을 지냈고 현재 반야불교문화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금강경 강해', '대승기신론 신강', '처음처럼', '마음속 부처 찾기',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 '산사는 깊다', '안부' 등을 펴냈다.
△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 지안 지음/ 불광출판사/ 224쪽
ar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