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싸우나"…서로를 혐오하게 하는 메커니즘
[신간] '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대분노 시대'다. 온라인 커뮤니티부터 명절 식탁까지, 사소한 이견은 금세 격렬한 증오로 돌변한다. 도덕심리학 분야의 권위자 커트 그레이는 이 책을 통해 인류를 파편화하는 공격성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저자는 우리가 싸우는 근본 원인이 상대의 악함이 아닌, 각자의 '생존 회로'가 감지하는 위협의 표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진화 과정에서 피식자로 살아남은 인간의 뇌는 아주 작은 자극도 치명적인 위해로 해석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책은 도덕적 판단이 정의감보다는 본능적인 공포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뇌과학과 심리학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증명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팩트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다. 감정적 직관이 논리적 판단을 앞서는 구조 탓에, 객관적 정보는 오히려 신념이라는 요새를 공고히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한 사회가 안전해질수록 뇌가 내면의 미세한 불편함을 거대한 위협으로 격상시킨다는 통찰은 현대인의 심리적 불안을 이해하는 새로운 열쇠를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한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가치관을 '틀림'이 아닌 '두려움의 발현'으로 바라보길 제안한다. 혐오의 시대에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유의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탁월한 비평서다.
분열된 사회의 봉합은 논리적 승리가 아닌 '상대가 무엇을 위협으로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감정의 폭주에 휘말려 소중한 관계와 민주적 가치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냉철한 사유의 힘을 회복시켜 준다.
△ 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 커트 그레이 글/ 제효영 옮김/ 김영사/ 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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