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서비스, '공짜' 아니다"…AI의 진화 뒤에 숨겨진 노동의 실체

[신간] '데이터 노동의 시대'

'데이터 노동의 시대' (바른북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인공지능(AI)은 스스로 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좋아요', 검색창에 입력하는 '단어', 쇼핑몰의 '장바구니 목록'이 AI 학습의 토대가 된다.

이 책은 우리가 '무료'라고 믿었던 디지털 서비스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더 나아가 현대인의 일상이 거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의 과정임을 폭로한다.

저자는 데이터를 단순한 원재료가 아닌 '노동의 결과'로 재정의한다. 과거의 노동이 공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갇혀 있었다면, AI 시대의 노동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라는 가상공간으로 확장됐다.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의 일상 활동을 기록·축적해 막대한 자본을 창출하지만, 그 가치의 원천인 개인은 수익 배분에서 철저히 소외된다. 데이터 생산은 분산되어 있으나 수익은 독점되는 역설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데이터가 노동의 산물이라면 그에 걸맞은 보상과 권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저자는 개인이 집단적 협상 주체로 거듭나는'데이터 협동조합'과 같은 구체적인 거버넌스 재설계를 제안한다. 기술의 진화 속도만큼이나 제도와 권리 체계의 진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기술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이 책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데이터를 상납하는 수동적 존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권리를 주장하는 주체가 될 것인가.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술력이 아닌 '공정한 데이터 질서'에 있다는 통찰은 독자에게 무거운 사유의 과제를 남긴다.

△ 데이터 노동의 시대/ 김연구 글/ 바른북스/ 2만 2000원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