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막막'을 어찌 외면할 수 있었을까요"…부산 영도 이야기

[신간] '영영 영도'

[신간] '영영 영도'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산문집 '영영 영도'는 김민정, 오은, 박준, 안희연, 신용목 등이 함께한 영도 글쓰기 프로젝트에서 나온 44명의 글을 담았다.

이번 책은 난다의 '우리 도시' 시리즈 네 번째 권이다. 2024년 여름 부산 영도 흰여울길 서점 씨씨윗북에서 시작된 파일럿 프로그램 '원 라이트 영도'가 바탕이 됐다. 9월부터 10월 사이 여섯 차례 강연이 열렸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의 영도를 한 편씩 눌러써 44편의 글을 묶었다.

책의 출발점에는 바다와 소멸, 그리고 함께의 감각이 놓여 있다. 김민정 시인은 기획의 말에서 "이 아름다운 '막막'을 어찌 외면할 수 있었을까요"라고 쓴다. 영도의 바다가 인간에게 무용한 용기를 준다는 감각, 바다를 붙잡고 눈을 맞출 때 희망의 눈동자를 굴릴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책 전체를 밀고 간다.

책은 먼저 영도를 그림자와 반짝임의 섬으로 그린다. 절영마의 전설, 말 동상, 영도다리, 묘박지의 배들, 흰여울길의 절벽과 담벼락 같은 풍경이 자주 나타난다. 반짝이는 윤슬과 구불구불한 길, 오래된 골목의 감각이 겹치면서 영도라는 장소의 결이 선명해진다.

동시에 이 책은 영도를 사람의 섬으로 붙든다. 어부와 피란민, 부모와 자식, 사라진 만남과 남겨진 기억이 글마다 다른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서봄이 쓴 "사람을 찾는 영도. 사람을 받아준 영도."라는 문장은 이 책의 한복판을 요약한다. 영도다리 아래 정박한 배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감각도 여러 글에 스민다.

공간의 폭도 넓다. 흰여울마을과 태종대, 봉래산, 깡깡이마을, 해안도로와 절영도 아치섬이 차례로 등장한다. 하지만 책이 끝내 붙드는 것은 풍경 자체보다 그 풍경이 불러낸 마음이다. 어떤 글은 바다를 기대는 자리로 읽고, 어떤 글은 끊어진 그림자와 유년의 기억을 호출하며, 또 어떤 글은 사투리와 노동의 리듬 속에서 영도의 시간을 감각한다.

형식이 다양한 만큼 문장도 다채롭다. 김나리는 바다에 기대는 몸의 감각을 소설처럼 밀고 가고, 김해수는 짧은 행과 여백으로 바다 내음을 남긴다. 이경화는 절영도의 바다를 따라 걷는 몸의 기억을 살리고, 이지연은 영도의 바다가 주민들의 생명줄이자 터전이라는 점을 차분히 되새긴다. 하나의 지명을 두고도 이렇게 다른 결의 문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힘이다.

책을 펴내는 시점에 씨씨윗북이 이미 사라졌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진다. 영도의 바다는 여전히 안녕하다는 안부와 함께, 사라진 자리와 남은 문장을 한 권에 붙들어 두는 셈이다.

△ 영영 영도/ 영도 글쓰기 프로젝트 44인 지음/ 난다/ 1만8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