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당뇨입니다"…주사 4만 번을 맞은 어느 약사의 성장담
[신간]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1형 당뇨 판정 후 약 30년간 4만 번의 주사를 맞으며 약사가 된 저자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을 담은 성장 산문집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를 펴냈다.
저자는 투병기의 형식을 빌리되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매일 아침 손끝에 바늘을 찔러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생활, 학교와 직장에서 자신을 숨겨야 했던 시간,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오래된 바람이 먼저 놓인다.
출발점은 9살 여름이다. "소아 당뇨입니다"라는 말을 들은 뒤 저자의 췌장은 인슐린 분비를 멈췄다. 남들이 구슬치기하던 나이에 스스로 주사를 놓는 법을 배웠고, 이후 삶 전체가 혈당 수치와 인슐린 투여에 맞춰 재편됐다.
저자는 그 시간을 비극으로만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과 관리, 불안과 조정의 시간이 한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더 집요하게 본다. 저자는 자신을 '1형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 '1형 당뇨인'으로 다시 정의하며 병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감각을 붙든다.
화장실은 학교와 직장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기 위해 찾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견딘 시간은 훗날 타인의 아픔을 더 깊이 헤아리는 약사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자기 몸의 한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도전도 기록한다. 저혈당 쇼크의 공포를 안고도 1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6개월 훈련 끝에 보디 프로필 촬영까지 해낸다. 주어진 조건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몸의 실험처럼 읽힌다.
"나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사람으로 진화하고 싶었다"고 적는 대목처럼 저자는 거창한 극복보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더 중시한다. 건강한 삶은 결국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삶이라는 메시지도 여기서 뻗는다.
책이 건네는 말은 단순한 위로보다 조금 더 단단하다. 태어난 이유는 없을지 몰라도 살아갈 이유는 만들 수 있다는 믿음, 완벽하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도 자기 문장을 끝까지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감각이 남는다.
△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 박상욱 지음/ 시공사/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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