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늘 평범한 하루 가까이에 있다"…일상이 여행이 되는 순간
[신간] '예술 산책 2026'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과 무채색의 사무실 풍경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예술 처방전이 출간됐다. 이 책은 예술을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나 어려운 이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당신의 마음 상태는 어떠한가'라는 다정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일상 속 전시장으로 초대한다.
가장 먼저 마주한 '나의 예술 취향 테스트'는 단순한 심리 테스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머릿속을 환기하고 싶은가, 아니면 조용히 사색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내가 지금 갈구하는 것이 화려한 시각적 자극인지 혹은 고요한 위로인지 명확해진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이 과정은 그 자체로 짧은 치유의 시간이 된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사이, 예술은 공부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내 마음을 돌보는 휴식처로 변모한다.
책의 백미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구성된 네 가지 테마의 아트 큐레이션이다. 봄의 '발견', 여름의 '몰입', 가을의 '표현', 그리고 겨울의 '사유'까지. 이 흐름은 한국의 사계절이 가진 고유한 공기와 예술을 절묘하게 엮어낸다.
특히 서울 대학로의 붉은 벽돌 사이를 거닐거나, 인천 배다리의 오래된 공간에서 예술을 만나는 '데일리 아트'(Daily Art) 코너는 압권이다. 멀리 떠나야만 만날 수 있다고 믿었던 '아름다움'이 사실은 발걸음 닿는 골목 어귀에 숨 쉬고 있었음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동네를 산책하듯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을 따라가다 보면, 낯익은 풍경이 낯선 예술적 영감으로 다가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예술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을 위한 '예술 책갈피' 코너 역시 인상적이다. 현학적인 용어 대신 다정한 설명을 곁들여 문턱을 낮췄다. 덕분에 예술은 지적인 우월감을 뽐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삶의 조각이 된다.
책장을 덮고 나면 평범했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빌딩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우연히 들려오는 버스킹 음악 소리까지, 일상의 모든 조각이 예술적 영감으로 변모한다. 거창한 지식이나 준비물은 필요 없다. 그저 이 책 한 권을 품에 넣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기기만 하면 된다.
△ 예술 산책 202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편집부 글/ 파이퍼프레스/ 1만 7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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