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제거할 감정이 아니다…카이로스를 여는 출발점

[신간] '불안의 카이로스'

[신간] '불안의 카이로스'

(세종=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안상혁 성균관대 영상학과 교수가 인간학적 관점에서 불안의 본질을 분석한 '불안의 카이로스'를 내놨다.

안 교수는 AI 시대의 불안을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를 여는 결정적 시간으로 다시 읽어낸다. 저자는 불안을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로만 취급하지 않는다.

불안이야말로 '나'라는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고, 낡은 지식 체계 속에서 형성된 자아를 흔드는 감정이라고 본다. 저자는 AI 시대의 파고를 넘어서려면 정답 강박에 기대기보다 불안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직시는 무의미한 일상인 크로노스(cronos)를 깨고, 자신에게만 특별한 카이로스(Kairos)를 여는 출발점이 된다.

정답을 맞히는 삶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의 문을 여는 셈이다. 저자는 불안이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유를 작동시키는 감정이라고 놓고, 불안을 통해서만 예외적인 선택이 시작된다고 본다.

불안한 상태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프로이트가 불안을 자아에 보내는 위험 신호로 정의했던 맥락도 함께 꺼낸다. 다만 책은 그 신호를 단순 경보로만 두지 않고, 정체성의 좌표를 다시 찍게 하는 감정으로 재해석한다.

불안은 '나'라는 존재에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지식과 규범에 맞춰 구성된 자아를 벗게 한다. 저자는 불안에 내재된 부정적 감정을 걷어내면, 불안이 자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역설적 희망의 기제로 보일 수 있다고 본다. 불안을 외면하는 태도가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고 본다.

라캉은 키에르케고르가 제시한 불안 개념을 정신분석 이론에 접목해 더 확장한다. 그는 '세미나 10권'에서 불안의 본질적 요소로 공백과 결여, 대상 a 같은 개념을 제시한다. 불안은 욕망의 이면에 숨어 있는 '없지 않은 대상'이 전하는 정동이라는 문제의식도 이어진다.

저자는 내가 갈망하는 욕망이 내 마음에서 우러난 것인지, 타인이나 사회가 심어준 것인지 의심해 보라고 요구한다. 사교육 마케팅과 명품 마케팅에 포섭된 욕망이 자녀의 학원 뺑뺑이와 명품 소유욕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끌어와,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불안이 욕망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석한다.

책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시간 개념을 대비해 불안의 성격을 정리한다. 두 단어는 모두 그리스어로 시간을 뜻하지만, 크로노스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흐름이고 카이로스는 자신에게만 특별하고 창조적인 시간이다.

안상혁은 1998년 성균관대 영상학과 초임 교수로 부임해 인재를 양성하며 불안을 연구해 왔다. 주요 저서로 '중국 6세대 영화, 삶의 본질을 말하다'(2008), '불안, 키에르케고어의 실험적 심리학'(2015), '불안은 감각을 잠식한다'(2020)가 있다.

△ 불안의 카이로스/ 안상혁 지음/ 사람의무늬/ 2만5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