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과 건물 사이에 사람이 있다…저강도 접촉을 늘려라, 마치 성수동처럼

[신간] '건물 사이의 삶'

[신간] '건물 사이의 삶'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저강도 접촉'을 도시 공공 생활의 기본 단위로 내세운 현대 건축학의 고전 '건물 사이의 삶'(원제 Livet mellem husene)이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저강도 접촉'은 비공식적이고 짧으며 감정적 친밀도가 낮은 일상적인 교류를 뜻한다. 이런 접촉은 자존감이나 소속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일시적인 친밀감을 형성한다.

덴마크 건축가 얀 겔은 저강도 접촉에 주목해 거리와 광장 같은 옥외 공간을 도시의 무대로 내세웠다. 단순히 '건물 사이'를 단순한 빈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생활의 장으로 규정했다.

얀 겔이 비판하는 도시는 기능과 효율을 앞세운 기계적 도시다. 고층 건물로 집적된 도심과 분리된 생활권이 사람을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게 했다고 본다. 자동차 중심 교통 설계가 거리의 체류를 줄였다고 짚는다.

저자는 남유럽 도시에서 본 장면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도시가 사람과 활동을 거리로 불러들일 때 옥외 활동이 살아났다. 반대로 기능주의 신도시와 현대 건축 프로젝트는 옥외 활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적었다.

도시 설계와 공공 건축 분야에서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1971년 덴마크어판 출간 뒤 30개 언어로 번역됐다.

한국에서 얀 겔이 꿈꾸는 이상향의 도시에 가까운 곳은 어디일까. 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홍대와 성수동, 을지로가 꼽혔다.

서울의 이런 공간은 도보 이동이 중심이고 층고가 낮으며 골목이 상권을 만든다. 개성 있는 파사드가 거리 풍경을 살렸고 주거와 상업의 경계가 흐릿한 곳이다.

△ 건물 사이의 삶/ 얀 겔 지음/ 김진우 옮김/ 파람북/ 2만 3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