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20% "말하기·글쓰기 부족"…디지털 환경서도 '긴 글' 읽으면 문해력↑
제3차 국민 국어능력 조사결과 6일 발표
연령 높을수록 국어능력 떨어져…연령·학력·지역·직업에 따라 능력 차이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우리 국민이 일상 대화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과 글을 읽는 능력은 비교적 좋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정리하고 글로 쓰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국어원이 이같은 결과를 담은 '제3차 국민의 국어능력 실태 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우리말을 얼마나 잘 쓰고 이해하는지 살펴본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역별 차이다. '듣기' 영역에서는 가장 높은 4수준에 해당하는 사람이 40.6%였고, '읽기'는 33.0%, '문법·규범'은 29.6%로 나타났다. 반면 '말하기' 4수준 비율은 18.1%, '쓰기'는 11.2%에 그쳤고, 두 영역 모두 1수준(기초 미달) 비율이 20% 안팎이었다. 이는 성인 5명 중 1명 정도가 말하기와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뜻이다.
'국민의 국어능력 실태 조사'는 우리말 능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국어 정책의 기초 자료로 삼기 위해 5년마다 하는 대규모 조사다. 제3차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에 사는 만 20세부터 69세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했고, 영역별로 3000명에서 5000명이 참여했다.
영역별로 보면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과 표현하는 능력 사이의 차이가 분명했다. '듣기' 영역에서는 4수준(우수)과 3수준(보통)을 합친 비율이 68.3%에 이르렀고, '읽기'와 '문법·규범' 영역도 60%를 넘었다.
반면 '말하기' 영역은 4수준과 3수준을 합친 비율이 47.9%에 그쳤고, '쓰기' 영역에서는 1수준과 2수준, 즉 기초 미달과 기초 수준이 62.4%를 차지했다. 사실을 이해하는 능력에 비해, 스스로 내용을 정리해 말하고 글을 쓰는 능력이 약한 모습이다.
우리말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에서 세대 간 격차가 존재했다. '듣기' 영역의 경우 20대에서 4수준 비율이 53.8%였지만 60대로 가면 19.2%로 떨어졌다. '읽기' 영역에서도 4수준 비율이 20대 42.8%, 60대 22.8%로 큰 차이를 보였다. 말하기·쓰기 영역 역시 연령이 높을수록 높은 수준에 드는 비율이 줄고, 낮은 수준 비율이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학력과 사는 곳, 직업에 따른 국어능력 차이도 나타났다. 학력이 높을수록 대부분 영역에서 성취도가 높았고, 특히 '쓰기' 영역에서는 고졸 미만 집단의 4수준 비율이 3.9%에 불과한 반면 대학교 이상 집단은 13.9%였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은 읍·면 지역 거주자보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았고, 정신노동 직군은 육체노동 직군보다 4수준·3수준 비율이 높았다. 일상에서 접하는 언어 환경과 교육·직업 조건이 국어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다.
평소 언어 사용 습관과 국어능력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도 흥미롭다. 누리소통망과 메신저로 자주 대화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듣기' 능력 평균 점수가 높았다. 책이나 신문을 자주 읽고, 한 번에 읽는 글의 분량이 길수록 '읽기' 점수도 높게 나왔다.
'쓰기' 영역에서는 보고서 등 공적인 글을 자주 쓸수록 성취도가 높았고, 글쓰기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쓰기 점수가 좋았다. 실제 생활에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경험이 국어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는 뜻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과 읽기 능력의 관계도 주목할 대목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루 5시간 이상~하루 종일' 사용하는 집단은 '메신저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집단보다 '읽기' 점수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았다. 또 한 번 읽을 때 '교과서 5쪽 이상' 분량을 읽는 집단의 읽기 점수가 가장 높았고, '전혀 읽지 않는다'고 답한 집단은 가장 낮았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긴 글을 자주 읽는 경험이 읽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제3차 조사 결과를 지난 10년간 조사와 비교하면, 우리 국민의 국어능력 전체 수준은 크게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다. 다만 말하기와 쓰기 영역의 낮은 성취와 연령·학력·지역·직업에 따른 격차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매체 환경 변화에 맞춘 국어 역량 강화, 언어 취약 계층 지원 확대, 글쓰기 등 표현 능력을 키우는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등 여러 국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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