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요일' 이후 벌어진 다른 두 현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신간] '10대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종군기자 프란체스카 만노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현재를 청소년 독자에게 설명하는 '10대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출간했다.
저자는 '전쟁의 원인'을 한 줄로 단정하지 않고 '10월 7일' 이후 이어진 전쟁과 점령의 일상을, 사람들의 증언과 연대기·지도·용어 해설로 풀어낸다.
제닌 난민 캠프에서 만난 왈리드는 이렇게 말한다. "제닌의 젊은이들은 감옥살이를 하고 있어요. 직업도 없이 언젠가는 다치거나 살해당하거나 체포될 거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그 부모도 부상을 당하거나 살해되거나 체포됐기에 부모 없이 자라죠. 이 아이들은 인생에서 먼저 공격할 것인지, 공격당하기를 기다릴 것인지 선택해야 해요."
'검은 토요일'을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한다. 2023년 10월 7일 경보가 울리자 물을 챙겨 지하 대피실로 내려간 한 가족의 일상이 몇 분만에 끊긴다. 저자는 전기가 끊긴 대피실, 녹슨 창살, 닫히지 않는 철창 같은 감각적 장면을 통해, 공습과 경보가 '뉴스 장면'을 넘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 보여준다.
유엔이 집계한 숫자로도 상황이 드러난다. 전쟁 발발 이후 단 몇 주 동안 헤브론 남부 언덕의 베두인 농촌 공동체 15곳에서 1200명이 살던 천막촌이나 집을 떠나거나 철거해야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표현이 '전쟁의 여파'라는 말로 축소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에서는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균열을 다룬다. 젊은이들이 만나면 가장 먼저 "군대 어디로 가?"를 묻는 문화, 입대가 일상 대화의 첫 질문이 되는 현실 속에서 병역거부자 잇도의 삶을 추적한다. 저자는 전쟁이 '국가의 사건'이기 전에 '개인의 미래'를 규정하는 장치라고 밝힌다.
'난민 캠프의 삶'과 '점령당한 사람들'에서는 이동의 자유가 어떻게 구조적으로 제한되는지 묘사한다. 통행 허가가 반복해서 거부되자 담을 넘을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년이 생애 처음 바다를 본 날을 묘사한다.
저자는 역사적 배경도 필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연대기순으로 정리해 독자가 맥락을 잡게 한다. 1948년 '유대 국가' 이스라엘 건국, 점령과 분할의 축적, 그리고 장벽과 정착촌 문제까지가 짧은 역사로 제시된다.
팔레스타인 분쟁을 '먼 나라의 사건'으로 치워두지 않게 만드는 힘은, 저자가 택한 서술방식 자체에서 나온다.
△ 10대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 프란체스카 만노키 지음/ 김현주 옮김/ 구정은 감수/ 롤러코스터/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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