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시인의 시집 '처녑' 출간 [새책]
- 김형택 기자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박수현 시인의 시집 '처녑'이 출간됐다.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지만 슬픔을 준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슬픔과 아름다움의 중첩을 실현하고 있다. 메아리로 들려오는 사라지는 것들의 소리는 아름답게 울린다. 그것은 둘둘 말려 응축되어 숨어 있었던 기억을 펼치면서 울리는 소리다. 기억으로 응축된 삶을 펼쳤다 접는다는 건, 삶의 시간들이 주름져 있기 때문이다. 아니, 박수현 시인은 ‘세상’ 자체가 주름져 있다고 생각한다. 주름이 그가 지닌 형이상학의 핵심 이미지다.
시인이 정육점에서 산 ‘서너 근’ 처녑에는 “갈무리된 전 생애의 중량”('처녑')이 담겨 있다. 처녑은 ‘울음의 겹’과도 같은 것이었다. 시인은 이 ‘울음의 겹’이 우리 사람에게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 처녑 같은 “울음의 겹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 ‘울음의 겹’은 시인이 살아왔던 주름진 시간들이다. 기억을 통해 펼쳐질 듯 접혀 있는 과거의 시간들. 처녑을 “씹을수록 싱싱해지듯이”, 자신의 기억을 씹으면 생생하게 그 시간들이 펼쳐질 것이다.
울음소리를 내며, 아름답고 슬프게. 박수현 시인에게 시 쓰기란 그렇게 기억을 천천히 씹으면서 살아온 삶의 시간들을 펼치는 작업이지 않을까.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박수현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처녑' 원고를 정독하고서 좀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단어 하나하나를 어떻게 공들여 선택하는지, 그렇게 선택한 단어들을 엮어 문장 하나하나를 어떻게 정밀하게 만들어내는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서 놀라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한국어 단어들이 사라지고 있는가. 박수현 시인은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시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가는 한국어를 되살리고자 하는 열정, 시의 본령을 지키고자 하는 뚝심 같은 것을 갖고 있는 시인"이라고 평한다.
박수현 시인은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사범대 영어교육학과 졸업했다. 2003년 계간시지 '시안'으로 등단해 시집 '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 '샌드 페인팅'과 '티베트의 초승달' 등 3권의 연합기행시집이 있다. 제4회 '동천 문학상' 수상했고, 현재 시인협회 중앙위원 및 한국디카시 서울양천지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수현 지음/ 황금알 펴냄/ 144쪽/ 1만 2000원
kh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