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의 모든 것 담았다…단품 37종, 혼합 30종

[신간] '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

[신간] '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식품과학자 김현위가 향신료의 정의와 기원, 세계사와 한국사, 조리과학과 건강학, 생산과 시장까지 입체적으로 훑어냈다.

'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은 명제 '향신료 없는 식사는 상상하기 어렵다'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식탁 위의 향과 맛을 넘어, 향신료가 어떻게 인류의 교역과 지리, 도시경제, 과학과 건강의 언어를 바꿔놓았는지 촘촘하게 추적한다.

책은 크게 8장으로 나뉜다. 1장은 '향신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향신료는 단순히 향을 내는 식물로 끝나지 않는다. 고대에는 약재이자 방부제, 향료였고, 오늘날에도 조미를 넘어 건강과 조리 효율의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

2장은 '향신료의 세계사'다. 저자는 고대·중세·근대를 가로지르며 후추·육두구·정향 같은 단품 향신료가 어떻게 유럽 귀족의 식탁과 국제 가격 체계를 흔들었는지 살핀다. 향신료는 문자 그대로 '금보다 귀한' 교역품이었고, 그 욕망과 경쟁이 신항로 개척과 식민의 폭력을 촉발한 동인이었다.

대항해 시대의 장면은 생생하다. 마젤란이 목숨을 잃은 뒤에도 동료들은 항해를 이어간다. "몰루카 제도에 상륙하는 데 성공했고, 남은 배 한 척에 정향을 가득 싣고 출항한 지 3년 만에 귀국했다"는 대목은 한 척의 배가 거둔 정향이 왕국의 투자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이익을 안겼다는 사실을 전한다.

3장은 '한국의 향신료'를 다룬다. 한국인은 마늘·파·고추·생강·참기름 등 강렬한 향과 매운맛의 조합으로 음식의 결을 만들었다. 책은 우리 식탁에 오래 자리한 향신료의 문화사를 정리하면서, 세계인의 향신료 사용 패턴과 교집합·차이를 짚는다. 특히 후추 탐닉의 국지적 사례, 지역·계절에 따른 향신료 사용의 차이를 통해 '한국의 향'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여준다.

이어 4장은 단품 37종, 혼합 30종 향신료를 파고든다. 단품으로는 후추·정향·계피·카다멈·사프란·바닐라·육두구/메이스 등 상징적인 향신료들의 기원과 화학, 조리 팁이 펼쳐진다. 혼합 향신료 장에서는 인도의 마살라, 중국의 오향분, 북아프리카의 하리사, 영국의 푸딩 스파이스, 미국의 바비큐 럽 등 각 문화권의 '향의 방정식'을 비교한다.

5~6장 과학의 무대로 옮겨 조리과학과 미각·후각 생리를 입체적으로 다루고 7장 '향신료의 건강학'은 고대 의학에서 현대 의학까지 향신료의 약리적 해석을 정리한다.

책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단품 37종·혼합 30종 향신료의 상세 소개다. 아울러 각국 대표 요리와의 궁합, 조리 단계별 투입 팁, 맛의 상승·억제 효과까지 실무에 바로 쓰일 가이드가 박물지처럼 펼쳐진다. 음식 연구자·셰프·푸드 콘텐츠 종사자는 물론, 가정의 주방에서도 참고서처럼 곁에 둘 만하다.

△ 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 김현위 지음/ 따비/ 3만 5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