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로 지갑을 연다…'단순함' 바탕한 5가지 도구
[신간] '팔리는 한 줄'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벤 구트만이 "왜 어떤 메시지는 꽂히고, 어떤 메시지는 사라지는가"를 묻고 답한 '팔리는 한 줄'을 펴냈다. 저자는 '단순함'을 유익함·초점·돋보임·공감·간결함 5가지로 쪼개 실전 설계법으로 제시한다.
책은 광고 문구를 위한 비법서도, 정답을 외우는 양식집도 아니다. 저자는 "머릿속의 막연한 아이디어를 받는 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로 바꾸는 과정을 보여준다.
출발점은 인간의 주의력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다. 수백 개 알림과 홍보문구가 쏟아지는 하루, 뇌는 생존에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자동으로 거른다. 당연히 대부분의 메시지는 눈길도 못 끈다. 이 구조를 거스르는 유일한 길이 '단순함'이다.
저자는 "단순한 메시지가 팔리고, 행동을 바꾸고, 세상을 움직인다"고 못 박는다. 하지만 단순함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설계가 필요하다.
설계의 첫 단추는 '유익함'이다. 수신자의 머릿속에는 늘 한 가지 질문이 울린다. "그걸 하면 내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 드릴을 파는 사람은 드릴을 팔지 않는다. 벽의 구멍도, 액자도 아니다.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사랑과 소속감"이라는 더 근원적 욕구다.
메시지는 그 욕구로 향하는 다리를 놓아야 한다. 제품 기능의 나열에서 벗어나, '받는 이의 목표·불안·기대'에 맞춘 '결과의 언어'를 쓰라는 권고가 설득력 있다. 유익함이 선명해지는 순간, 메시지는 첫 관문을 통과한다.
유익함을 담아냈다면 '초점'이 필요하다. 많은 조직이 회의에서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다"를 외치다가 '프랑켄슈타인 메시지'를 만든다. 다섯 가지 요점을 한 줄에 우겨 넣으면, 결국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는다. 결국 초점은 선택과 포기다.
저자는 "당신의 말에 중요한 요점이 하나뿐이라면,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초점이 선명해지면, 크고 화려한 포장 없이도 메시지는 홀로 선다.
이제 '돋보임'이다. 제약이 창의력을 키운다는 신념이 이 장을 관통한다. 제한된 지면·시간·캔버스가 오히려 핵심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불필요한 장식을 날려 버리게 한다. 저자는 "핵심 아이디어 주변의 모든 부수적 요소는 겉치레"라고 잘라 말한다.
시각적 과잉·수사적 과장보다 '핵심의 대비'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가장 단순하고 절제된 환경에서도 여전히 효과"를 내는 문장이 강한 문장이다.
'공감'도 필요한 덕목이다.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공통의 언어·경험·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면, 메시지는 곧장 벽에 부딪힌다. 공감은 감상적 동조가 아니라 '받는 이의 머리와 심장에 동시에 닿는 설계'다.
저자는 "지혜로운 바보를 환영하라"고 말한다. 모르는 척, 하지만 진심으로 묻고 듣는 태도가 공감의 회로를 연다. 타깃의 세계관을 내 문장으로 번역하는 시간, 그게 공감의 기술이다.
마지막은 '간결함'이다. 간결함은 "필요한 것을 모두 갖되, 꼭 필요한 것만 가지는 상태"다. 간결함은 '최소 메시지'의 공통 특징이지만, '최소화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유익함과 초점, 돋보임과 공감이 빠진 문장을 억지로 줄이면 단순히 아니라 빈약해진다. 간결함은 결승선이 아니라 결론이다.
책은 '개념→도구→실습'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취했다. 각 장은 심리학·생물학·역사·문화·경제학·경영학에서 가져온 연구·사례를 깔고, 바로 적용 가능한 체크리스트를 붙인다. "한 줄"을 쓰기 전에 던질 질문, 뺄 것·남길 것을 고르는 기준, 이견을 조율하는 회의의 순서와 표현까지 문장 단위로 내려온다.
△ 팔리는 한 줄/ 벤 구트만 지음/ 이미영 옮김/ 시공사/ 2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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