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좀 하고 보고해" 들어본 적 있나요…보고가 성패를 가른다
[신간] '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글로벌 HR 전문가 김은애가 '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를 펴냈다. 저자는 상사를 감탄하게 하는 보고의 기술을 전한다. 이런 기술은 지난 25년간 루이비통·구찌·푸마 등에서 구성원을 이끌어온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가 아시아 총괄 대표에게 '조직 개편안'을 보고해야 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PPT 대신 종이에 질문을 썼다. "지금 조직의 문제는 정확히 무엇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시점은 언제인가?" 결국 그의 보고는 단순한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조직 전략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말한다. "보고의 핵심은 전달이 아니라 해석이다. 해석 없는 보고는 책임 없는 전달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그는 단순한 매출 보고의 차이를 제시한다. "이번 달 매출은 10억 원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매출이 10억 원으로 지난달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원인은 광고 집행 지연이며, 다음 달엔 시점을 앞당기면 회복될 것입니다"라고 보고하는 사람. 후자가 조직의 신뢰를 얻고 리더의 판단을 바꾼다. 생각이 담긴 보고는 곧 전략이다.
이처럼 단순한 정보보고는 '그래서 어쩌란 말이지?'라는 물음을 남기지만, 생각이 담긴 보고는 문제와 해법을 함께 제시한다. 저자는 보고가 정보의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판단과 결정, 나아가 실행을 끌어내는 언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AI)은 사실관계를 잘정리할 수 있지만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오직 사람에게만 있다.
책은 총 4부로 짜였다. 1부 '보고의 정의'에서는 왜 지금 보고가 생존의 기술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AI 시대의 일은 데이터와 해석의 경쟁이며, 단순한 전달이 아닌 해석과 제안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부 '보고의 글'은 글쓰기가 보고의 시작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보고서 작성이 단순히 양식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사고의 설계 과정임을 밝힌다. 데이터 뒤에 숨은 의미를 끌어올리고 이를 설계하는 능력이 보고자의 경쟁력이다. 보고서를 잘 쓰는 사람은 결국 생각을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문장으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3부 '보고의 말'에서는 말로 하는 보고, 즉 구두 보고의 중요성을 다룬다. 구두 보고는 그 자리의 공기와 리더의 심리를 함께 읽어야 하는 종합적 소통의 예술이다.
구두보고야말로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감정과 판단의 균형을 유지하며, 신뢰·자신감·긴박감을 적절히 조합하는 감정 설계가 보고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4부 '보고의 사람'은 일의 언어를 인간관계와 리더십의 문제로 확장한다. 보고는 위아래의 관계를 뛰어넘는 연결의 언어이며, 감정 노동이자 협업의 예술이다. 저자는 보고자의 태도가 조직의 문화와 리더의 판단을 바꾼다고 말한다. 좋은 보고자는 데이터를 넘어 마음을 움직인다.
책은 단순히 보고서 작성법을 넘어, 직장 생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 김은애 지음/ 블랙피쉬/ 1만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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