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소용돌이 속 중앙유럽이 속삭이는 천 년의 이야기"
[신간] '중앙유럽 왕국사'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복잡다단한 역사와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닌 중앙유럽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중앙유럽사 전문가 마틴 래디의 저서가 국내 최초로 출간됐다.
중앙유럽 역사 최고 전문가인 저자는 4세기 고트족과 훈족부터 20세기 소련 해체 이후까지 다룬다. 끊임없는 침공과 흡수, 혁명과 전쟁으로 점철된 중앙유럽 역사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중앙유럽은 다양한 민족이 뒤섞여 '중앙 권력'의 부재한 지역이었다. 특히 중세에는 신성 로마 제국의 분산된 권력, 헝가리와 폴란드의 적극적인 이주민 유치 정책 등으로 인해 공동체 정부와 공화주의적 실험의 본산이 됐다. 이주민들에게 부여된 자치권은 마을부터 왕국에 이르기까지 의회와 관습법 발달의 기반이 됐다. 한자 동맹과 같은 상인들의 동맹은 아래로부터 움직이는 권력의 또 다른 형태였다.
그러나 룩셈부르크와 합스부르크 가문의 강력한 왕조 등장 이후 로마법을 인용한 통치와 전문 행정학인 관방학 발달로 위로부터의 통제가 강화됐다. 1848년 혁명 이후 발흥한 민족주의는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이 지역의 갈등을 폭발시켰다. 신생국들은 권위주의적 통치와 소수 민족 동화·박멸의 길을 걸었다. 이들 국가는 소련 해체 후에는 민주주의 국가로 재도약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부패, 언론 통제, 외부 위협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저자는 중앙유럽을 지리적 개념을 넘어 다양한 민족들이 상호 작용한 개념적 공간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넓은 영역의 역사를 아우른다. 특히 종교에 대한 관용적 분위기,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한 민족주의 발흥, 클래식 음악의 출발지 등 중앙유럽이 일궈낸 독특한 문화도 함께 살핀다.
이 책은 중앙유럽의 안정이 전체 유럽의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는 지정학적 의미를 강조한다. 이 지역의 역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 중앙유럽 왕국사/ 마틴 래디 글/ 박수철 옮김/ 까치/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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