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부터 현대까지 냉면의 모든 것"…맛깔난 '찬 국수' 이야기

[신간] '냉면의 역사'

냉면의 역사 (푸른역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냉면에 관한 방대한 연구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신라 진흥왕 순행길의 '얼음 띄운 메밀국수' 기원에서부터 진주냉면의 부활과 물냉면 탄생에 이르는 '분화'까지, 냉면의 발자취를 추적했다.

15세기 '산가요록'을 비롯한 옛날 조리서를 뒤져 선조들의 국수 조리법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문학, 과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각도에서 냉면을 조명했다. 고려 문인 이색의 시에 등장하는 '도엽냉도', 조선 선비 이문건의 '묵재일기'에 '냉면'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기록된 1558년의 기록 등 냉면이 문학 속에 녹아든 역사를 살핀다.

또한 냉면에 대한 과학적 에피소드도 담았다. 찰기 없는 메밀로 맛있는 국수를 만들기 위해 도입된 '세판'과 국수틀의 과학적 진화, 육수의 감칠맛을 높인 인공 조미료 '아지노모도' 논란 등을 소개한다.

경제학적으로는 냉면이 상업화된 과정을 조명한다. 18세기 후반 대궐에서 하인을 시켜 국수를 사 먹은 기록,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등장하는 장시의 국수가게, 그리고 도시화와 함께 자전거 배달 시스템을 도입하며 '직장인의 음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냉면 경제학의 발자취 등을 추적한다.

더 나아가 냉면의 확산과 함께 부각된 사회 문제도 놓치지 않는다. 해방 직후 식중독으로 인한 냉면 판매 금지령, 일제강점기 냉면 가격과 양을 규제했던 조선총독부의 개입, 그리고 1925년 평양에서 결성된 최초의 면옥노동조합 파업 사례 등 냉면을 둘러싼 사회학적 쟁점들을 촘촘하게 기록했다.

이 책은 냉면주의자를 자처하는 한문학자의 작품이다. 냉면을 맛있게 먹기 위한 조리법은 아닐지라도, 냉면을 즐기는 데 필요한 풍성하고 맛깔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냉면의 역사/ 강명관 글/ 푸른역사/ 2만 8000원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