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에서 르네상스까지…단어로 읽는 문명과 인간의 역사
[신간] 영단어 세계사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일본의 언어학자 시미즈 겐지가 영단어 속에 숨어 있는 세계사의 비밀을 흥미롭게 풀어낸'영단어 세계사'를 펴냈다.
"영주는 '빵을 관리하는 사람', 귀부인은 '빵 반죽을 개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매일 쓰는 영단어 속에 인류 문명의 발자취가 살아 있다고 말한다.
책은 로마 제국의 건국과 십자군 전쟁, 르네상스까지 인류 문명과 함께 변모해 온 단어들의 여정을 다룬다. 'supper'와 'soup'이 같은 어원에서 비롯됐고, 'lord'가 'loaf(빵)'에서, 'religion'이 '신을 강하게 연결하다'에서 왔다는 사실은 단어를 역사로 읽게 만든다.
1장은 고대 로마와 기독교 시대를 배경으로 단어의 뿌리를 탐구한다. 'March'(3월)가 군신 마르스에서 비롯되고, 'June'(6월)이 여신 유노에서 왔으며, 'emperor'(황제)와 'imperial'(장엄한)이 '명령하다'의 어원에서 탄생했음을 설명한다.
2장은 인종과 민족의 이동이 언어에 남긴 흔적을 짚는다. 'tribe'는 3개의 부족(tri)에서, 'run'은 라인강의 '흐르다'에서, 'frank'는 프랑크족의 '자유'에서 비롯됐다. 단어 하나가 곧 지리와 민족의 이야기다.
3장은 이베리아반도의 레콩키스타와 이슬람 문명을 다룬다. 'magazine'(잡지)은 원래 '창고', 'tariff'(관세)는 '요금 목록'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했다. '파에야(paella)'와 '발렌시아(Valencia)'의 어원도 문화의 교류 속에서 설명된다.
4장은 십자군 전쟁과 중세 수도원의 일상을 배경으로 단어의 탄생을 보여준다. 'curfew'(통금)는 '불을 덮는다'라는 수도원의 관습에서, 'hospital'(병원)은 순례자를 환대하던 제도에서 나왔다. 'host'(주인)와 'guest'(손님)가 같은 뿌리라는 점은 인류의 상호부조 본능을 상기시킨다.
5장은 르네상스의 인간 중심 사상과 언어 변화를 다룬다. 'nostalgia'(향수)는 '귀향+고통'에서, 'art'(예술)는 '기술'에서, 'right'(정의)는 '오른쪽'에서 유래했다. 단어는 인간 사고의 역사적 증거가 된다.
저자 시미즈 겐지는 40년 넘게 영어 어원 교육을 연구한 언어학자로, ‘시미켄’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영단어 어원도감', '영숙어 도감'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 영단어 세계사/ 시미즈 겐지 지음·위정훈 옮김/ 파피에/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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