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스너호르커이' 韓출판사 대표도 감격…"노벨상 마치 제가 받은 듯"(인터뷰)
안지미 알마출판사 대표 "난해함이 주는 매력과 예술적 희열 존재"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10년 넘게 계속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기 때문에 해마다 조금씩 기대했고, 해마다 '아, 안 됐구나' 했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좋은 소식이 왔네요."
안지미(55) 알마출판사 대표는 10일 뉴스1에 "어제(9일) 노벨문학상 발표를 생중계로 보는데, 마치 제가 라슬로인 것처럼 떨렸다"며 웃었다.
알마출판사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 '사탄탱고'(1985)를 비롯해 총 6권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출간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꾸준히 이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
안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와의 '첫 만남'은 소설이 아닌 영화였다고 했다. "25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사탄탱고'를 봤는데, 그 기억이 굉장히 강렬했다"며 "이후 계속 제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10년이 훌쩍 지난 뒤 소설 제목 '사탄탱고'를 들었을 때, 영화의 기억이 소환되면서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거장 벨라 타르(70)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상영 시간이 무려 7시간 18분에 달해, 1994년 개봉 당시 '몬스터피스'(괴물 같은 걸작)로 불렸다.
'사탄탱고'를 출간한 뒤에도 한국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 5권을 더 낸 이유에 대해 "작가의 작품 세계가 워낙 깊고 난해하기 때문에, '사탄탱고' 하나만으로는 소개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6권을 출간한 사실을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며 웃었다.
안 대표가 생각하는 작품의 매력은 뭘까. 그는 "사실 '내가 이 작품을 잘 읽은 걸까? 뭘 읽은 걸까?' 할 정도로 작가의 작품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그 난해함이 주는 매력과 예술적 희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이 어려움은 단지 '난해함을 위한 난해함'이 아니라, 충분한 메시지와 예술적 가치가 담겨 있다"며 "비록 작품을 순식간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 들인 시간과 마음만큼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세계관에 처음 진입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사탄탱고'를 꼽았다. 그는 "유튜브에 '사탄탱고' 토막 영상이 올라와 있다"며 "소설 텍스트와 영화를 함께 교차해 보면, 작가의 작품 세계에 훨씬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벨문학상 발표 후 주문이 폭주하면서 그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작가 작품 주문량이 2만 부를 넘었고, '사탄탱고'만 1만 부가 넘어섰다"며 "서점에 일시 품절이 될 것 같은데, 최대한 빠르게 제작해 배분하겠다"고 전했다.
안지미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2021년 작 '헤르슈트 07769'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르면 내년 1월 만날 수 있다. 노벨상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에 대해 "폭력과 아름다움이 '불가능하게' 결합된 단숨에 읽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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