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저항의 멜랑콜리'…'노벨상' 크러스너호르커이, 국내 번역작은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서왕모의 강림' 등 총 6권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헝가리 현대문학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Krasznahorkai László)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국내에 번역·출간된 그의 작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한국어로 소개된 저서는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서왕모의 강림',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등 총 6권이 있다.
먼저 장편소설 '사탄탱고'(1985)는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하던 1980년대 헝가리를 배경으로, 몰락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노력이 끝내 실패로 돌아가며 영원한 악순환에 갇히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 시각) "'사탄탱고'는 그를 헝가리 문학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대표작이자 '문학적 센세이션'(a literary sensation)"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헝가리 거장 벨라 타르(70)에 의해 1994년 동명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7시간에 달하는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밀도와 세계관을 훌륭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벨라 타르를 세계 영화계에 각인시킨 작품으로 남았다.
'저항의 멜랑콜리'(1989)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헝가리의 한 작은 마을에 유랑 서커스단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를 보여준다며 들어서면서, 마을 전체가 온갖 소문과 편집증으로 뒤흔들리는 상황을 그린 소설이다. 미국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수전 손태그(1933~2004)는 이 책을 읽은 뒤 "고골과 멜빌에 비견할 만한 헝가리 현대문학 거장의 냉혹하고 환상적인 책"이라면서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표현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적 기교가 절정에 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벵크하임 남작이 사랑이 시작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마침표 대신 쉼표로 이어지는 긴 문장과 복잡하면서도 모호한 의식의 흐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작가 특유의 표현 방식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수십 년에 걸친 라슬로 작품의 정점에 선 소설"이라 평했다.
이 밖에도 국내에는 그의 단편집 두 권이 번역·출간돼 있다. '서왕모의 강림'(2008)은 총 17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일본 교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곳곳의 익숙한 공간을 무대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세계는 계속된다'(2013)는 종말을 향해 내달리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 등을 그린 21편의 단편을 묶었다.
중편소설집 '라스트 울프'(2009)도 있다. 표제작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두 편이 실린 이 작품집에서, '라스트 울프'는 절망에 빠진 철학자가 스페인 여행 중 '마지막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그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헤르먼'은 숲속의 야생 포식자를 퇴치하는 덫놓이 장인의 삶과 관련된 이야기다. 영국 시인 조지 시르테스(76)는 이 작품집을 두고 "용암의 흐름처럼 느린 내러티브, 광대한 검은 활자의 강"이라고 평했다.
이 여섯 권의 작품은 모두 알마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뉴스1에 "워낙 난해하고 상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들을 여러 권 꾸준히 선보인 것은, 탁월한 판단력과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출판 기획"이라며 "그 덕분에 한국 독자들은 노벨상 수상 이후 급히 번역된 책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충실히 번역·교열 된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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