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에 고통 받는 바다거북…해양 생물학자의 기록

[신간] '바다거북과 함께한 삶'

[신간] '바다거북과 함께한 삶'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해양 생물학자 크리스티네 피게너가 바다거북 보호 활동을 책으로 펴냈다. 그는 플라스틱 빨대에 고통받는 바다거북 영상을 촬영해 전 세계적 환경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책은 2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촬영된 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코에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을 구조하는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목소리를 이끌어냈다.

이후 미국 시애틀은 빨대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고, 한국 카페에서도 종이 빨대가 확산됐다.

저자는 이 경험으로 삶이 바뀌었다. 그는 코스타리카에서 장수거북과 푸른바다거북, 매부리가다거북을 연구하며 현장을 지켰다. 해변에서 산란을 기록하고, 표식을 붙이며, 쓰레기를 치우는 일상을 이어갔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거북이 바다로 향하는 순간, 거대한 성체가 산란을 마치는 광경은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이다. 그러나 인간은 수백만 마리의 바다거북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성체 한 마리가 죽을 때마다 종 전체가 겪어야 할 비극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구절처럼, 해양 생태계는 위기에 처했다.

책은 거북의 사랑과 여행을 그리며, 저자의 삶 또한 투영한다. "바다에 둥둥 떠서 바다거북 한 쌍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지켜볼 때 진심으로 행복하다"라는 고백은 연구자의 사명을 보여준다.

피게너는 바다거북을 통해 사회와 환경을 바라보는 눈을 넓혔다. 코스타리카 오스티오날 해변에서 매달 수천 마리가 몰려드는 '아리바다' 현상은 집단 생존의 비밀을 보여준다. 거북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는 존재이며, 그들의 감소는 지구 위기와 직결된다.

책에는 환경운동의 상징이 된 영상의 뒷이야기와 현장의 투쟁,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야 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는다. 독자는 바다거북의 삶을 통해 자신이 지닌 환경적 책임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 바다거북과 함께한 삶/ 크리스티네 피게너 지음·이지윤 옮김/ 북스힐/ 1만 8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