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인류사 관통한 돈의 흐름
[신간] '머니 인류의 역사'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데이비드 맥윌리엄스가 돈을 축으로 인류사의 전환점을 새롭게 조망한 '머니, 인류의 역사'을 펴냈다. 저자는 로마제국의 몰락부터 현대 금융위기까지 ‘돈 문제’로 역사를 해석한다.
책은 인류 5000년 역사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사건 뒤에 돈의 흐름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추적한다. 전쟁, 혁명, 제국의 흥망이 결국 화폐와 금융 시스템과 얽혀 있다는 사실을 흥미로운 서사로 풀어낸다.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섯 부로 짜였다. 1부는 바빌론 강가의 거래에서 금속화폐의 탄생까지 다룬다. 주화의 발명은 단순한 교환 수단을 넘어 자유와 권리를 상징했다. "리디아 여성들에게는 결혼을 거부할 권리가 있었다"(p.74)는 사례는 돈이 개인의 선택권을 넓히는 힘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중세 화폐의 몰락과 부활, 그리고 인쇄술과 종교 개혁을 분석한다. 헨리 8세가 교회 재산을 몰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신교에 매료됐다는 대목은 "군주가 개종하면 교회 땅을 빼앗을 수 있었다"(p.191)라는 경제적 동기와 종교 변혁의 연결을 드러낸다.
3부는 혁명기의 돈을 다룬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자금을 빌려 해군을 지원하고, 금융 부르주아가 등장한 장면은 자본 축적이 어떻게 제국 건설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혁명가들은 대개 돈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p.233)고 꼬집으며 혁명의 본질을 꿰뚫는다.
4부는 현대 화폐의 진화를 조명한다. 금융 시스템의 혁신, 주식시장, 국제 자본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세계를 하나로 엮었는지 설명한다. 진화경제학의 시선에서 "모노컬처는 가난으로 가는 지름길"(p.277)이라는 분석은 경제 다양성이 부와 직결된다는 교훈을 남긴다.
5부에서는 돈이 인간의 손을 벗어나 디지털로 확장되는 과정을 다룬다. 명목화폐와 신용, 중앙은행의 권력, 오늘날의 암호화폐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명목화폐의 시대는 가장 활발했던 경제 확장기와 맞물려 있다"(p.354)는 지적은 현대 금융 체제를 읽는 중요한 단초다.
책은 ‘총 균 쇠’에 비견되며, 유럽이 세계를 지배한 원인을 ‘돈’이라는 렌즈로 해석한다. 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가 단순히 군사력의 결과가 아니라 금융업과 신용제도의 뒷받침 덕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즈텍 제국에는 화폐가 있었으나 금융 시스템은 없었고, 바로 그 차이가 역사적 분기점을 만들었다.
저자 데이비드 맥윌리엄스는 아일랜드 중앙은행과 UBS, BNP 등에서 활동한 경제학자다. 현재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로 재직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6위에 선정된 바 있다.
△ 머니 인류의 역사/ 데이비드 맥윌리엄스 지음/ 황금진 옮김/ 포텐업/ 2만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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