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3년…죽음을 껴안고 삶을 다시 쓰다

[신간] '수월한 농담'

[신간] '수월한 농담'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엄마, 죽는 게 쉽지 않제?"

저자 송강원이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 던진 농담 같은 질문은 산문집 '수월한 농담'을 관통하는 대화의 출발점이다.

산문집에는 폐암 4기라는 냉혹한 진단과 함께 시작된 3년간의 돌봄과 애도의 시간, 그 안에서 그는 죽음을 곁에 두고 비로소 삶을 선명하게 바라보는 법이 담겼다.

저자는 "엄마의 '다 살았다'는 말은 '있는 힘껏 사랑했다'라는 뜻이었다"며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삶과 사랑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책은 총 3부로 짜였다. 1부 '비로소 죽음이 삶이 되었다'에서는 돌봄과 애도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는 어린 시절 엄마가 의상실에서 보여주던 빛나는 순간들을 회상하며, 지금은 병상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엄마의 곁을 지킨다.

"옥은 내가 처음 경험한 팔레트였다"는 대목은 엄마가 생의 무대에서 보여주던 존재감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 기억이 현재의 돌봄과 어떻게 맞닿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죽음을 향해 가는 엄마 곁에서 아들은 자신의 죽고 싶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한다.

2부 '대책 없는 감각이 파도가 되어'에서는 장례식, 장면의 기록, 남겨진 삶의 무게가 다뤄진다.

그는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외워두고 싶었다"며 부재를 미리 연습하는 심정을 전한다.

병실, 장례식장, 편지와 기도 같은 글들은 죽음을 기록하면서도 동시에 삶을 연습하는 과정이 된다. 저자는 애도를 단순한 상실이 아닌, 존재를 새롭게 각인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3부 '엄마 곁에서 삶을 아끼지 않는 법을 배웠다'는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장이다.

엄마가 만들어주던 음식, 사소한 대화, 작은 돌봄의 장면들이 삶을 지탱하는 방식으로 기록된다. "시간을 절이는 방법"( 같은 글은 일상과 돌봄을 절임하듯 보존해두려는 마음을을 보여준다. 또한 엄마와 아들 사이에 흐르던 농담과 웃음은 죽음을 견디게 하는 작은 장치가 된다.

송강원은 미국과 독일 등 해외에서 생활하며 공연예술을 공부했고, 다큐멘터리 '퀴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작가다. 저자는 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돌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죽고 싶던 시간을 돌본다. 그 과정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시 삶을 배우는 교과서다.

△ 수월한 농담/ 송강원 지음/ 유유히/ 1만 7000원

수월한 농담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