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낙관 아니다…불가능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는 것"

서울대 사회학자 김홍중, 라투르의 사유로 인류세의 파국을 성찰하다
[신간] '가까스로-있음'

[신간] '가까스로-있음'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사회학자 김홍중의 '가까스로-있음'은 브뤼노 라투르의 사상을 토대로 기후 위기와 대멸종 시대를 해석한다.

저자는 존재를 '가까스로 이어지는 것'으로 재정의하며, 파국 속 희망을 모색하는 사회학적 통찰을 담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저자는 봄비조차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체험을 했다. 그에게 세계는 더 이상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까스로 있는' 세상으로 다가왔다. '가까스로-있음'은 바로 이 체험에서 출발한다.

먼저 인류세의 사회 이론을 다룬다. "파국은 '시간의 끝'이 아니라 '끝의 시간'"(p.42)이라는 대목처럼, 파국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끝 이후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가이아 사상을 통해 그는 모든 존재가 얽혀 서로를 지탱하며 겨우-있음을 지속한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코로나19를 '방법'으로 읽으며, 인간 너머의 행위자·사회·주체성을 설명한다. 행위란 내적 동기가 아니라 옆의 연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행위의 흐름은 수평적으로, 리좀적으로, 소용돌이치며 몰려온다"(p.212)는 설명은 팬데믹 이후 사회학적 사유의 전환을 드러낸다.

또한 그는 라투르의 신학적 기원을 탐구한다. 청년 라투르의 신학과 비환원주의, 불트만·페기와의 대화를 짚으며, 사회학을 넘어선 존재론적 감수성을 강조한다. 존재는 실체가 아니라 존속이며, "있음은 네트워크와 반복 속에서만 가까스로 유지된다"(p.321)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책은 생태 계급과 파국주의적 정치학을 논하며 마무리한다. 기후 위기는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삶을 위협한다. 저자는 파국주의를 "비관이 아니라 희망"(p.387)으로 규정한다. 희망은 낙관이 아닌, 불가능 속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이다.

△ 가까스로-있음/ 김홍중 지음/ 이음/ 3만 3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