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공부하면 오히려 삶이 충만해진다"
서울대 의사 부부가 전하는 죽음학, 삶을 붙드는 새로운 시선
[신간] '죽음, 삶의 끝에서 만나는 질문'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정현채·이현숙 부부의 '죽음, 삶의 끝에서 만나는 질문'은 자살률 1위 한국 사회에서 삶과 죽음을 새롭게 성찰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제주 책방에서 시작된 청년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죽음이 소멸이 아닌 의식의 이동임을 탐구한다.
한국 사회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20년 넘게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청년 자살률은 매년 증가하며, 삶의 무게에 짓눌린 세대의 절망을 드러낸다. "죽으면 모든 게 끝나"라는 말은 흔한 위로처럼 보이지만, 저자 정현채 교수는 그 말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정현채는 서울대 의대 내과학 교수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의 권위자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부모와 친척의 죽음을 지켜보며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근본적 질문에 사로잡혔다.
아내 이현숙이 건넨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은 그의 세계를 뒤흔들었고, 과학자의 시선으로 죽음을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랜싯』 등 의학저널에 실린 근사체험 논문들을 탐독하며 죽음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결국 '죽음학 전도사'라 불리게 됐다.
이 책은 부부가 제주 조천읍에서 운영하는 독립서점 '누운산책방'에서 비롯됐다. 죽음학 서적을 찾던 청년들이 찾아와 자살 충동과 상실의 아픔을 털어놓으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저자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단순한 위로나 훈계가 아니라 '죽음의 실체'에 대한 과학적이고 영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죽음, 삶의 끝에서 만나는 질문'이 탄생했다.
책은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이어 죽음과 자살, 의식에 관한 질문에 답한다. 저자들은 카르마 개념을 단순한 숙명론이 아니라 보상과 배움의 과정으로 확장하며, 죽음을 끝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설명한다.
3장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우리가 겪는 감정과 실제 상황을 다룬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비판하며 존엄한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4장에서 8장까지는 '의식의 비국지성 선언'을 뒷받침한 과학적 연구를 소개한다. 근사체험, 사후통신, 삶의 종말체험, 영매 실험, 어린아이들의 환생 연구 등이 구체적 사례와 함께 다뤄진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변화"임을 강조한다.
책은 죽음을 공부하면 오히려 삶이 충만해진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 죽음, 삶의 끝에서 만나는 질문/ 정현채·이현숙 지음/ 비아북/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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