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직시해야 삶이 가볍다…집착 말고 놀이처럼 살자"

[신간] '어차피 죽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신간] 어차피 죽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의 인생 자체가 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17쪽)

일본의 이슬람학자이자 철학자인 나카타 코가 신간 '어차피 죽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던지는 메시지다. 그는 죽음을 전제로 한 가벼운 삶의 태도를 제시하며, 독자에게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책은 '홉-스텝-점프'(Hop- Step- Jump)라는 3단으로 구성해 우리가 놀이처럼 살아가는 사고법을 소개한다.

Hop에서는 놀기·죽음·일 그만두기 같은 발칙한 제안을 던지고, Step에서는 책 읽기·만화 읽기·돈과 자식에 얽매이지 않기 같은 실천적 조언을 전한다. Jump에서는 비교 금지·개성의 무의미·바라면 불행해진다는 역설을 설명하며, 삶을 더 가볍게 살 수 있는 통찰을 풀어낸다.

저자는 코로나 시대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학교와 직장이 없어도 큰 문제가 없었듯, 사회가 당연하게 여겼던 제도와 규범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어떻게 살든 인간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17쪽)는 냉혹한 사실은, 오히려 인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놀며 사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책은 또한 '스승을 따르라'는 전통적 조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스승의 말을 그대로 따르는 삶이 장기적으로 옳다는 사실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37쪽)라는 대목은 자기 확신보다 타인의 지혜를 받아들이는 겸허함을 강조한다.

나카타 코는 자식 양육이나 가족 제도에 대해서도 도발적이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는 자유라면, 키울지도 자유여야 한다"(111쪽)며 사회적 모순을 지적한다. 이어 인간에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믿는 착각을 비판한다. "태어난 것도 자란 것도 모두 우연의 산물일 뿐"(177쪽), 살아 있는 자체가 기적적 사건일 뿐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의 사유는 종교·철학·과학을 아우른다. 이슬람학자로서의 배경, 카이로대학교에서의 철학 연구, 도쿄대학교에서의 종교학 공부가 녹아 있다. 동시에 카오스이론, 소립자 개념 같은 과학적 은유로 인간 존재의 우연성과 무목적성을 설명한다.

"우리는 소립자 덩어리에 불과하며, 행동과 사고, 삶과 죽음은 그저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는 것"(맺음말)이라는 결론은 허무주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삶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길을 제시한다.

일은 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놀이의 연장선이고, 공부나 독서 역시 억지 훈련이 아니라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독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자유를 엿볼 수 있다.

△ 어차피 죽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카타 코 지음/ 김소영 옮김/ 프롬북스/ 1만 7000원

어차피 죽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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