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누가 이혼을 꿈꾸나, 창업도 그랬다"…유료구독 퍼블리의 실패담

[신간] 실패를 통과하는 일

[신간] 실패를 통과하는 일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박소령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스타트업 퍼블리의 10년을 기록한 극사실주의 사업 노트다. 성공담이 아닌 오판·좌절·배움의 장면들이 담겨 창업자의 내밀한 고민을 드러낸다.

저자는 유니콘 기업의 반짝 성공 대신, 잘못된 선택과 좌절, 그럼에도 버텨야 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기록은 원래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었다"는 고백은 책의 성격을 압축한다.

책을 펼치면 그는 실패를 겪으면서 자신의 좌절로 이어진 상황을 다룬다. 심리상담까지 받으며 회사와 자아의 경계를 직시했고, 창업자의 숙명을 체감했다. 그 시기는 전쟁터의 패잔병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한다.

이어지는 '창업자가 시작할 때'에서는 콘텐츠 시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개인적 동기가 창업으로 이어진 과정을 담는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며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창업의 원동력이었다. 창업은 곧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펀드레이징' 장에서는 투자 유치의 본질을 돌아본다. 시작하기 전에 멈출 조건을 정하고, 의사결정의 주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는다. 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공동창업' 장에서는 결혼에 비유된 파트너십 이야기가 나온다. 함께 시작하는 사람과 끝까지 함께할 사람은 다를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충동적인 결정보다는 본질적인 선택이 필요하다는 경험담이 녹아 있다.

책의 배경은 2015년 이후 빠르게 변화한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다. 유료 구독 모델 '퍼블리 멤버십'은 초기부터 주목받았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이 반복됐다. 가파른 성장세 뒤에는 치열한 고민과 실수가 쌓여 있었다.

저자 박소령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거쳐 경영 컨설턴트와 교사를 지냈다. 2015년 퍼블리를 창업해 2024년 매각까지 1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네 차례 투자 유치와 여섯 개 서비스 출시는 그의 행보를 특징짓는다.

책은 독자에게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실패는 단순히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더 명확히 알게 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 실패를 통과하는 일/ 박소령 지음/ 북스톤/ 2만 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