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을 아저씨라 부르며 임정 품에서 자란 소년의 기억
[신간]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김자동 회고록
- 이영섭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섭 기자 = 이 책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김자동(1928~) 선생의 회고록이다.
회고록이니 만큼 회고하는 이를 우선 알아야 책의 윤곽이 잡힐 듯하다.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김 선생은 독립운동 명문가 출신이다. 대한제국 대신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동농 김가진 선생이 조부이고, 아버지 김의한과 어머니 정정화도 한평생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일가는 풍찬소숙하며 임시정부와 27년 영욕을 함께 했다.
김 선생은 태어나자 마자 '임시정부의 손자'였다. 석오 이동녕, 성재 이시영,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주역들의 품에서 귀여움을 받았다. 상하이, 자싱, 난징, 창사, 광저우, 류저우, 치장, 충칭 등으로 이어진 임시정부 이동 경로를 따라 성장했고, 임시정부의 중국 내 맞지막 소재지였던 충칭에서 감격의 광복을 맞았다.
이러한 김 선생이 당시 본 것들은 생생한 임정의 풍경이었고, 독립운동가들의 진면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임정을 지켜본 몇 안되는 생존자 중 한명인 김 선생의 증언은 매우 소중할 수밖에 없다.
광복후 조국으로 돌아온 김 선생은 보성중, 서울대법대를 나와 조선일보, 민족일보 등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한다. 백범 암살 사건, 6·25 동란 중 부친 김의한 납북사건 등의 아픔을 겪은 뒤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넘어왔다.
해방 후 조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을 회상하는 귀국전야 풍경으로 시작되는 회고록은 크게 1부 충칭시절, 2부 귀국 그리고 격동의 세월, 3부 언론계 시절, 4부 사업·사회활동시절(1965~현재)로 꾸며져 있다.
임정 지도자들을 회상하는 1부의 '임시정부 선생님들'에서는 △궂은 일을 도맡은 비서장 차리석 △나의 아저씨 백범 △석오 이동영과 성재 이시영 △임정 어른들과의 추억 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실려 있다.
회고록은 독립운동가 지도자들이 낮선 이국땅에서 '홀아비'로 외롭게 지내며 행색도 보잘 것 없었다고 전한다. 임정 살림을 책임지느라 옷차림에는 신경쓸 여력이 없었던 동암 차리석 선생은 특히 꾀죄죄했다고 한다.
백범을 회고하는 글에선 "난 우리 민족이 존경해마지 않는 백범을 아저씨라 불렀으니 이보다 더한 호사 있겠는가"라며 "아저씨라 부른 이유는 간단하다. 아버지가 백범을 형님이라 불렀기 때문"이라고 적는다. 24살 차이로 나이가 많은 백범은 김가진 선생을 존경해 아들 김의한 선생에게 특별히 형님이라 호칭하라 했다고 한다. 이들의 인연 깊이가 짐작된다.
회고록은 당시 임정 지도자들의 생활고 등을 가감없이 적고 있어 읽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드다. 회고록은 또 숨겨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실타래도 보여준다. 안중근 의사의 동생으로 한때 백범 선생의 오른팔로 불렸던 안공근 살해 사건 뒷얘기, 광복군 지대장 나월환 암살사건의 진실 등에서 독립운동의 고단함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다.
책을 따라 임정 발자취를 뒤따라가면 희미한 독립운동의 역사가 구체성을 띠며 선명해지며, 선열들의 고뇌는 독자에게 쉽게 전염된다.
김자동 선생은 책을 마무리하면서 "독립을 염원하면서 죽음을 불사하고 싸웠던 부모님과 안중근 이봉창 등 헤아릴수 없는 열사들 앞에서 나는 과연 그분들이 바라는 조국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이것이 나의 부끄러움으로 남는다"고 밝힌다. 후손들을 향한 준엄한 꾸짖음 같다.
◇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김자동 회고록 / 김자동 지음 / 푸른역사 /2만원
sosabul@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