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지만 알아야 할 생명과학의 최전선 쉽게 따라잡기
[신간]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합성생물학과 유전자가위 기술로 본 생명과학과 윤리
- 이영섭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섭 기자 = 최첨단을 달리는 생명과학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반드시 읽어야지 하면서도 읽혀지지 않는게 이 분야 책이다.
생명과학의 발전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 선뜻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독자들을 대상으로 최대한 쉽게 생명과학의 최전선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생명과학의 현 좌표는 게놈시대를 넘어 포스트 게놈시대에 와 있다. 1990년 시작돼 2003년 완성된 인간유전체 계획(게놈프로젝트)을 통해 유전체 정보를 파악한 '게놈시대'를 지나, 인간이 직접 유전체를 합성하여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포스트 게놈 시대'에 진입한 상태다.
이 책은 유전체의 합성·창조와 직결된 합성생물학, 유전자 가위 기술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노정혜 서울대 교수는 "이 책은 우리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에 적용될 현대 생명 공학의 철학과 기술을 합성생물학과 유전자 편집의 두 줄거리로 요약해 설명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의도에 따라 생명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인간에 의한 지적 설계의 세상'을 뒷받침할 과학기술인 합성생물학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어떤 것일까.
2010년 미 국가생명윤리 연구위원회는 합성생물학을 '기존 생명체를 모방하거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생명체를 제작 합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합성생물학자가 자신이 의도한 생명체를 만들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정보기술과 나노(10억분의1) 수준의 화학적 미세조작 기술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융합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유전자 조작의 철학도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에 넣게 된 유전자 가위 기술은 크리스퍼-카스나인(CRISPR-Cas9)이라는 유전자 가위를 통해 인간의 배아에서 유전체를 성공적으로 교정한 것을 계기로 세상에 나타났다. 판도라 상자를 연 기술인 셈이다.
크리스퍼는 싹둑싹둑 자르는 가위, 기구가 아니다. 자신의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해 그 정보를 자신의 유전체 내에 저장해 가지고 있다가 다음에 다시 같은 유전 정보를 갖는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저장된 정보로부터 침입한 DNA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 버려 무력화하는 크리스퍼 라는 유전자를 포함한 세균의 면역반응 시스템에서 유래한 기술이다.
이같은 크리스퍼의 유전자 전사(복사) 편집 시스템을 2012년 규명한 두명의 여성 과학자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의 제니퍼 다우드나와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의 엠마누엘 샤르팡티는 향후 노벨상 수상이 유력시 될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8개부로 구성된 이 책은 1~3부에서는 합성생물학을 다룬다. 1부에선 합성생물학이 출현하게 된 역사와 최신 연구결과를 다루고, 2부는 합성생물학을 적용하여 생명체를 변형시킨 사례를 들을 소개한다. 3부는 합성생물학이 위험하게 활용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합성생물학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열린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4부에서 7부까지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카스나인의 역사(4부)와 크리스퍼를 통해 가능해진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 유전자 치료 기술 등 활용법(5부) 등을 다룬다.
8부에서는 세포치료를 주제로 다룬다. 세포를 추출해 병을 유발하는 특정 세포만 파괴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해 다시 주입하는 면역치료, 생체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세포의 줄기세포를 체내에 주입해 생체 기능이 회복되도록 하는 줄기세포 치료 두가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과거 우리는 선진국의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나라가 생명과학 기술의 최전방에 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인간 배아 유전체 수정도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동연구를 통해 발표됐고 세포 치료제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를 허가 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저자는 일반인들이 이 기술을 알아야 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가장 쉽게 이 책을 쓰려했다고 말한다.
저자의 대학동기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대학 시절 저자의 노트가 없으면 졸업을 하지 못했을 정도"라며 "저자의 노트는 교수님 강의보다 이해가 쉬웠다. 이런 저자가 시민을 위해 이 책을 썼으니 믿음이 간다"고 추천했다.
책은 핵심 사항만을 집중해서 다루고 시각물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분량도 250여쪽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1996년부터 연세대 생화학 교수로 있는 저자 송기원 교수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송기원의 포스트게놈 시대 /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1만5000원
sosa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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