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경험 소설로 쓴 위니 리 "피해자 수치심 극복하라"
'다크 챕터' 출간 기념 방한 기자간담회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아시아문화는 사회적 이미지나 기준 때문에 본인이 받은 고통과 성폭력을 그대로 인지못하고 수 년이 지나고 깨닫는 경우도 있어요. 더우기 직장이나 가정에서 당하면 성폭력인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불편하다고만 느껴요. 몇 년 전, 몇 달 전의 일을 폭로하는 피해자에게 당시에는 왜 못했냐 비난하는데 그게(빠른 폭로가) 항상 가능하지는 않아요."
대만계 미국인으로, 하버드 대학 출신의 영화제작자로 일하던 위니 리(40)는 2008년 4월 영국 벨파스트 힐즈를 하이킹하던 중 15세 소년에게 성폭행당했다. 사건의 충격으로 매일밤 불면증에 시달리며 항우울제를 복용하던 리는 5~6년을 괴로워하다가 용기를 내 자신이 겪은 것을 자전적 소설 '다크 챕터'(한길사)에 담았다.
소설이 주는 진솔한 울림 덕에 작품은 가디언이 뽑은 '지난해 독자가 뽑은 최고의 소설'이 되고 세계 10여개국으로 판권이 팔렸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책이 출간된 한국을 찾은 리는 26일 오전 서울 순화동의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경험을 왜 글로 썼는지, 어떻게 그 고통을 극복했는지 이야기했다.
"6살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글을 씀으로써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데 이러한 큰 사건을 겪으면서 글을 안쓸 수는 없었어요. 또 5년의 시간동안 내 경험을 친구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는데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만큼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의미로, 이 상황을 글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소설은 성폭행 경험을 고통스럽게 재연하면서도 통상 나약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피해자를 저항하고,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그린다. 또 작가는 작품을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고 싶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가해자 소년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왜 이런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다"면서 "성장배경이나 사회적 요인을 파악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성폭력 문제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작품 속에서 가해자를 매우 비중있게 다루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디어에서는 나름 상류층인 나의 말을 잘 믿어줘 도움이 되었어요. 가해자는 교육받지 못한 가난한 집 출신이었고요. 그런데 많은 피해자들이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니어서 안타까워요. 외국 경우도 중산층 여성들이 성폭행 당했다면 어느 정도 보도되는데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성폭행을 당하면 이슈가 되지 않아요. 큰 문제예요."
그러면서 리는 사회가 성폭력을 다루는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위니 리는 대안으로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말하는 것이 의미있어요.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연대를 구축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SNS공간이죠."
리는 또 "수치심이 중요한 이슈라는 걸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피해를 밝히지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치심은 가식적인 감정이라 생각한다. 내 안에서 만들어진 감정이다. 무조건 가해자 잘못이기에 피해자가 수치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한국에 도착한 리는 다수의 방송국들과의 녹화와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공개적인 행사말고도 성폭력 피해자 등과 비공개 대화하는 시간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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