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수도승' 마루야마 겐지가 묻다 "너는 살아있는가"
[북리뷰]자서적 수필 '산 자에게'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런 최악의 상태에 빠져버려도, 고문실 같은 집중진료실에 갇혀서 하얀 천장만을 바라보는 몸이 되어도 아직 살고 싶은지 그것을 질문하고 싶었다.(중략) 이번에는 더 노골적인 말투로 죽고 싶은지 살고 싶은지 이자택일을 다그치는 질문을 퍼부었다.(중략)"죽고 싶지 않아."그렇게 아버지는 말했다.'(본문 269~271쪽)
강렬한 문학세계 덕분에 국내에도 마니아 팬층을 갖고 있는 일본 소설가 마루아먀 겐지(丸山健二)의 자전적 수필 '산 자에게'(바다출판사)는 문약하고 엄살떨고 극한까지 자신을 밀어보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해 사는 인생들을 조롱하고 있다. 문학인들, 보통 순박하다고 표현되는 시골 사람들은 물론 자신을 낳아준 부모도 그 예봉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루야마 겐지는 깊은 내면묘사에는 다자이 오사무, 소설을 쓰기 위한 체력적 바탕을 중시하고 문단과 거리를 두고 활동해온 점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탐미적인 미학은 미시마 유키오와 비슷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책 속에서 마루아먀 겐지는 이들 동료작가와 문학에 대해 나르시시즘에 빠졌으며, 대중 취향의 얄팍한 문학이라고 직간접적으로 비판한다.
그런데 아마도 가장 무자비하게 비판하는 상대는 책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부모)로 보인다. '부모라는 존재는 상당히 뻔뻔스럽고 영악하니까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기세등등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까지 말하는 작가에게 아버지는 '도련님' 태생의, 나르시시스트의, 어리석고 바닥모를 고뇌가 지루하게 쓰여있을 뿐인 문학에 심취하며 꿈없이 살았던 사람일 뿐이고 어머니는 자신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성공을 위해 남편과 아들만을 채찍질한 사람이다.
부모에 대한 시종일관 적대적인 태도의 절정은 아마도 병들어 죽을 날을 기다리는 아버지를 상대로 "이래도 살고 싶냐"고 추궁하는 책 속 장면일 것이다. 보통 사람이 그렇듯이 강렬한 삶의 욕망을 드러낸 아버지에 대해 그는 "역시 그런 인간이었구나"라고 마음 속으로 조롱하며, "퇴원하면 바로 죽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과 달리 지지부진하게 몇 년을 더 산 아버지를 열심히 살고 한번에 깨끗이 죽었던 친척들과 비교하면서 "삶의 방식이 죽는 방식을 정한다는 통설은 정말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냉혹하다.
자신의 부모뿐 아니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제 힘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는 '어른'과는 거리가 먼, 어리광부리는 '아이'거나 '죽은 자'에 가깝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하지만 세계에 대해 일관해 드러내는 좌충우돌의 적대적인 태도에도 그가 작가로서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그 엄격하고 가차없음을 자신의 삶과 문학에 고스란히 적용시키는 '수도승'같은 강인함 때문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같은 소설과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곳이 아니다’ '세계 폭주' 등의 수필에서 엿볼 수 있었던 불꽃같기도 하고 일본도의 시퍼런 칼날같기도 한 느낌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왜 작가의 그런 삶과 문학이 가능했는지가 2000년 작인 이 자전적 수필집 '산 자에게'에 집약되어 있다. 또 책은 결국 마루야마의 일견 오만해보이는 강인한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의 요체가 '자유'임을 다음과 같이 드러내며 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예술도 과학도 철학도 의학도 종교도 정치도, 이들 모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은 일시적인 안심이나 위안 정도일 뿐이다. 인간을 정말로 구제한다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구제받지 못하는 부자유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야말로 자유를 격렬하게 추구하고, 싸우고, 그것을 추구할 때에 날아 흩어지는 불꽃이야말로 현실에 뿌리박은 참된 산 자의 감동이 아닐까.'(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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