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조남주 "페미니즘 온건·급진 다 있어야 발전"

[인터뷰] 조남주 작가·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어 작가는 '2017 예스24 여름 문학학교' 강연도 가졌다.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김지영'이라는 흔한 이름의 82년생 여성의 삶을 담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폭주하고 있다. 출간 후 열 달째인 현재 25만 부가 팔렸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후 '내 얘긴 거 같다'는 여성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받고 있던 조남주 작가(39)의 이 책은 지난 5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후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책을 출간한 민음사에 따르면 선물 이후 19만 부가 팔렸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공연장인 레드빅스페이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당사자는 하지만 "이 책을 쓸 때는 출간이 될 수 있을까도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의깊게 보고 있던 사회학과 출신의 전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인 조 작가는 2015년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되겠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무섭게 적중했다.

'82년생…'은 문학동네 소설상과 황산벌 청년문학상 수상자인 작가가 시댁 모임에서 친정 엄마로, 남편의 첫사랑으로 빙의되는 증상을 보이는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담담하면서도 위트가 섞인 문체와 스토리에 신문 등에서 발췌한 각종 자료가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 한 개인의 일생을 집단의 그것으로 확대한다.

이날 조 작가는 기자들에게 작품을 쓴 이유, 주위의 반응, 페미니즘(여성주의)에 대한 생각 등을 밝혔다. 또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노회찬 대표도 자리를 함께 해 문 대통령에게 선물한 이유, 독자로서 생각하는 작품의 의미 등을 이야기했다. 다음은 이날 조 작가와 노회찬 위원, 기자들간에 오고간 질문과 대답이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출간한 조남주 작가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17.8.29/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작품을 쓸 때 이렇게 여파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나.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썼나.

▶조남주(이하 조)=쓸 때는 출간이 될 수 있을까도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2015년에 미디어에서 여성혐오 발언들이 많이 나와 그것을 접하다가 과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이 어떤가를 정리하고 싶었다. 미디어 중 가장 인상을 크게 남겼던 것은 어떤 칼럼니스트가 쓴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보다 페미니스트가 더 위험하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게 인쇄되어 나올 수 있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후 '나는 페미니스트다'같은 발언(선언)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제 이런 작품을 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에게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

▶노회찬 대표(이하 노)=어떤 분이 올해 1월에 이 책을 추천해서 읽고는 충격을 받아 다음날 페이스북에 '올해 읽어야 할 3권의 소설이 있다면 이게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은 이가 많을수록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가 될 거다' 이렇게 쓰면서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아진다'와 마찬가지 논리로 '힘이 센 사람이 읽으면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작가도 아니면서 책에 서명까지 하고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세요' 라고 써서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들, 성평등과 관련된 미진한 모습들을 현실 속에서 바꿔달라는 의미에서다.

-어떤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나.

▶노=책 자체는 굉장히 읽기에 부담없었고 금방 읽었다. 그런데 팩트(사실)를 따지고 보면 모르지 않는 것인데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낀 것이 달라서인지 충격이었다. 여성의 처지가 상상이 되면서 (성차별이) 한 사람의 인생(전체)으로 흘러가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1982년생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조=80년대는 산아제한 정책과 성감별이 (동시에) 가능해져서 성비가 매우 불균형해진 시기다. 또 80년대 초반생들은 청소년기에 IMF를 겪으면서 대학생이 됐다. 엄마가 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는 '맘충'(엄마와 벌레를 합친 합성어)이라고 비난받았다. 주인공을 82년생으로 설정하면 이런 문제를 다 짚어가면서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1982년생은 아니다. 1978년생인인데 보편적인 감정이나 딸이기에 느꼈던 소외감은 이들과 굉장히 비슷했다.

▶노=이 책의 판매부수도 경이적인 기록이지만 동시에 소설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이렇게 강렬하고 폭넓게 인구에 회자되고 독자들에게 전달된 사례는 드문 것 같다. 왜 잘 전달될까 생각해보니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지만 사회학 전공자답게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아낼 수 있는 통계가 인용된다. 그게 굉장히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또 방송작가를 해서인지 내용에 딱 필요한 것만 있다. 필요없는 것이 섞였다면 메시지 전달력은 더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부 남성들은 '남성들을 너무 나쁘게만 본 거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런 댓글도 보나.

▶조=초반에는 열심히 봤는데 지금은 다 보지는 않는다. 그런 불만, '만족스럽지 않다' '왜곡됐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 김지영은 4월1일 만우절에 태어났다. 이 작품을 읽고 어떤 여성은 '이 정도면 너무나 좋은 일만 있었던 거 아닌가' 이렇게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어'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어떤 쪽으로 봐도 거짓말처럼 보일 수 있다. 살아온 것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느껴질 거 같다.

▶노=이런 현실을 만든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그런(부정적인) 반응을 할 것이다. 이 책을 여성들과 같이 느낀다면 이런 현실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남편은 책을 읽고 뭐라고 했나.

▶조=남편은 완성된 후에야 작품을 봤고 어떻게 생각한다고 전한 적은 없다. 하지만 책 속 내용과 관련해서는 서로 내내 얘기했고 의견이 많이 달랐다. 지금은 본인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니 겪은 사람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시댁에서는 내용에 크게 개의치 않고 많이 팔리면 좋겠다고 생각하신다.(웃음)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의 큰 획을 그은 페미니즘 작품들이 있어왔다. 자신의 작품이 페미니즘 문학의 맥락에서 발전했다고 보나.

▶조=페미니즘 속의 이슈(주제)는 발전해왔다기 보다는 시대별로 고민하는 것이 각각 달랐다고 본다. 축첩이 당연했던 예전부터,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문제였던 시대, 사회 진출에 성공했지만 육아도 해야 하는 현재 등 이슈는 점차 달라지고 있다. 나는 현재의 이슈에 집중하려고 했다.

▶노=페미니즘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작품이나 이론은 쭉 있었으나 이 작품은 이 시기가 딱 요구하는 내용과 시점에서 '고기가 물을 만나듯'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열띤 토론이 벌어지게 되는 단계에 올라선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후 정책 입안의 아이디어를 얻은 게 있는가.

▶노=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가정과 직장에서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고 본다. 남자 배우자가 육아에 기여하는 마음이 커도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데 유급 휴가에서 남편의 몫을 늘린다거나 출산휴가 자체의 기간을 늘린다든가 해야 할 것 같다.

올초에 어떤 회사를 공개적으로 나무랐는데 유명 분유회사가 결혼하면 여성 직원을 해고하는 인사정책을 펼쳐왔더라. 아이를 낳는 사람들 덕분에 자기네 제품이 팔리는 건데 결혼하고 임신하면 사표를 쓰게한 거다. 작품에도 경력단절로 겪는 고통이 나왔지만 출산이 중요한 정책이라고 말하면서 생명을 얻은(아기를 가진) 사람이 자기 생명과도 같은 직업을 상실하는 그런 현실은 제도로 풀어야 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중요하다고 본다.

-여성혐오적인 발언들을 그대로 되받아쳐주는 '미러링' 등 현재 페미니즘 운동이 다소 과격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페미니즘 운동뿐 아니라 어떤 운동도 한 가지 면만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급진적인 사람, 온건한 사람,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다 섞여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시각이 있고 표현방식이 있는 것이 정상이며 이래야 논의가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주장하는 정책은 공격적이지 않고 온건하다. '몰카 찍지 말라'고 주장하거나 얼굴을 가리고 시위하는 것 등 굉장히 온건하다고 생각한다.

조남주 작가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2017 예스24 여름 문학학교에서 소설 '82년생 김지영'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가는 30대 여성들의 보편적 삶을 그려낸 '82년생 김지영'으로 독자들이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도 선정됐다. 2017.8.29/뉴스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출간한 조남주 작가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2017 예스24 여름 문학학교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2017.8.29/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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