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중고책시장 진입, 제살 깎아먹기? 책구입 선순환?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국내 인터넷서점 1위인 예스24가 최근 대형 중고책 서점을 서울의 강남에 내고 알라딘이 지난달 24번째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합정동에 내면서 대형인터넷서점들의 중고책 시장 경쟁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책시장의 '제살 깎아먹기'이자 출판과 유통 둘다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악수'(惡手)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독자들은 읽고 싶은 책을 중고로 싸게 사는 이득이 있지만 출판시장 전체 규모가 커지는 게 아닌 데다가 아무리 중고서점이 활성화되어도 작가와 출판사에는 돌아가는 몫이 없어 창작이나 저술활동을 격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스24·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 "중고책 팔아 포인트 얻어 또 책을 산다"
예스24는 지난 1일부터 서울 강남역에 첫 오프라인 서점으로 중고서점 ‘예스24 강남’을 열었다. 250평규모의 이 서점은 8만권의 중고서적과 중고DVD·음반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다 읽은 도서를 정가의 최대 50% 가격으로 사들이는 '바이백'서비스가 헌책 판매를 독려했다면 이 중고서점은 그렇게 확보한 헌책을 다시 파는 구조다.
알라딘은 2008년부터 온라인상으로 중고책 매매를 시작해 2011년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처음 종로에 냈고 현재는 지난달 문을 연 합정점을 포함 국내 23곳의 서점과 미국의 중고서점 한 곳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는 '북버스서비스'를 통해 독자들로부터 적극적으로 헌책을 구매하고 있다. 헌책을 팔고싶다고 신청한 독자에게 무료로 픽업택배를 보내주고 1권에서 20권까지 회수해 독자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같은 서점이라도 중고책시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교보문고는 중고책 시장 수익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아 2010년부터 오픈마켓 즉 중고책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만 해왔다. 교보문고 측은 "중고책 사업이 주력도 아니고 그 쪽으로 사업확장을 할 계획도 현재는 없다"고 밝혔다.
예스24는 "책 상태를 보고 중고책을 구입하려는 독자의 요구가 있어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었다"면서 "독자가 바이백 서비스나 오프라인 중고책 서점을 통해 중고책을 팔고 포인트를 받아 다시 책을 사기 때문에 결국 책 구매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며 오프라인 중고책서점 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알라딘은 "수년간의 경험에서 중고책시장이 새책시장을 잠식하는 징후를 찾지는 못했다. 도리어 활성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새책 시장 잠식하고 책의 다양성 해칠것"
하지만 이들 대형온라인서점들의 중고책시장 본격 진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눈은 곱지 않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소장은 "대형 온라인 서점이 기존의 중고책시장과 새책시장을 모두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박 소장은 이어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비싸졌다고 느끼는 새책을 중고시장에서 싸게 사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출판의 전체 파이를 키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동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편집주간은 "한 대형서점 온오프라인에서 팔린 새책이 다시 헌책으로 돌아와 그 서점에서 다시 팔리는 것을 몇번이라도 반복할 수 있어 (대형서점의 헌책 판매사업은) 사실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면서 "하지만 이 시스템은 출판동력을 사라지게 하고 팔리는 책만 다시 팔리게 해 출판다양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 주간은 "출판사가 초판 2000부를 찍어 1000부를 팔고 더 팔 여력이 있는데 팔렸던 책 중 500부가 다시 중고책으로 유입되면 새책은 2000부를 소화시키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헌책으로 팔리려면 일반인들도 잘 아는 유명세를 가진 저자의 책이어야 한다. 결국 헌책으로 되팔 것을 염두에 두고 독자들이 책을 사게 되면 이런 유명저자에 몰리게 되어 책의 다양성을 해친다고도 설명했다.
'높은 가격으로 되사준다'는 마케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신간을 가격의 최대 50%까지 되돌려주겠다고 하며 파는 것은 도서정가제가 금지한 할인마케팅과 다를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간은 이렇게 판매를 촉진시키고, 구입한 헌책은 몇번이라도 회전시켜 이익을 취하는 이중구조다. 이는 사실상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이 구조가 당장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대형서점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았다. 더 수익이 큰 새책 판매 규모가 중고책이 순환될 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아무리 잘 팔린다고 해도 과거 10만~20만권 팔렸던 수준의 책이 5만~10만 규모로 밖에 팔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깨끗하게 보고 바로 다시 팔아버리는 독자들이 많아져 특히 에세이 등의 대중서 새책 판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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