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문병란, 분단의 슬픔 안고 '직녀에게'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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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문병란의 시 '직녀에게' 중에서)

남과 북을 각각 견우와 직녀로 비유해 통일의 염원을 밝힌 민족시인 문병란 씨가 25일 타계했다. 향년 80세. 문병란 시인의 '직녀에게'는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시로 가요로도 만들어져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광주문인협회는 이날 암 투병 중이던 문 시인이 이날 오전 치료를 받던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타계했다고 발표했다.

문 시인은 1935년 3월28일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학과(1960년)를 졸업했다. 순천고와 광주제일고 교사를 거쳐 조선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한 문 시인은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시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1970년 첫 시집인 '문병란 시집'을 시작으로 '죽순 밭에서' '벼들의 속삭임' '5월의 연가' '양키여 양키여' 등의 시집을 펴냈다. 작품 속에는 일관되게 저항과 비판의식이 담겨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평가 받았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로 시작하는 문 시인의 대표작 '직녀에게'는 1970년 중반 '심상'이라는 시 전문지에 발표된 뒤 가수 김원중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져 불렸다.

문 시인은 자유실천문학,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민예총 이사 광주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예시대 낙동강문학 고문 등을 역임하며 저항정신을 시로 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줬다.

전남문학상(1979), 요상문학상(1985), 금호예술상(1996), 화순문학상(1996), 광주예술상(2000), 한림문학상(2001) 박인환 시문학상(2009), 문예시대 문학상(2009) 낙동강 문학상(2010)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1남 3녀가 있으며 빈소는 광주시 동구 조선대병원, 발인은 29일 오전 8시, 장지는 국립 5·18민주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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