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 소설가 박민규, "문학표절 가이드라인 만들자"

소설가 박민규  ⓒ 은행나무
소설가 박민규 ⓒ 은행나무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표절이 윤리적인 담론이 아니라 교통사고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설치해야 합니다."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표절 의혹이 제기된 소설가 박민규 씨가 소설전문 문예지 '악스트' 가을호를 통해 표절을 막을 가이드라인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문학에서의 표절 시비가 다른 분야에서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가 문학에 덧씌워진 '순수'라는 개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씨는 자신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 씨는 배수아 악스트 편집위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표절이 교통사고와 같은 문제"가 되어 "접촉사고, 추돌, 충돌에서 뺑소니, 보험사기 등의 다양한 형태의 표절이 있을 수 있게 되었다"면서 "고의가 아니라면 입을 다물 이유도 숨길 이유도 없다. 바로바로 제기가 되고 조정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인들은) 글을 잘 쓰고 등단을 하고 작가가 될 훈련만 받을 뿐 이에 따르는 위험, 내지는 안전수칙에 대해서는 어떤 준비도 대책도 없다"고 문단 내부의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또한 "대중음악의 경우엔 가이드라인과 합의를 이끄는 조정기구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라도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인 주장과 묵비권의 악순환은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라고 했다.

또 "서로의 문학관이 다 다른 만큼 표절에 관한 생각도 다 다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의 구축을 위해선 오랜 협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설치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계에만 이런 시스템이 수립되지 못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표절시비가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문학을 순수한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 찾았다. 박 씨는 "(표절이 반복되는 것이) 문단권력의 비호라는 문제가 대두되었는데 내 관점에선 더 오랜,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순수’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문학'이란 단어가 유럽의 'fine art'를 번역한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본다. 그는 서양문학을 수입한 데 대한 열등감을 가리기 위해 일본이 '순수'라는 말을 넣은 것으로 보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단어의 뜻 그대로가 문학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것으로 해석했다.

'장관이나 총리 후보의 논문표절에도 둔감한 한국인들이 일개 작가의 표절에 공분하는 이유'는 세상이 아무리 썩어 문드러져도 문학은 순수할 것이란 사람들의 보편적 믿음이 배반당한 부분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 순수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표절이 아닌 '모방'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모방과 창작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발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작가는 '삼미 슈퍼스타즈...' 등에 대해 제기된 표절 의혹에 대해 "'악스트'의 인터뷰 제의를 받고 자세한 해명과 반박문을 쓸까, 생각도 했는데…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말은 (그 전에도 언론에) 대충 했다. 그 뒤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달 '월간중앙' 8월호에선 박민규의 2003년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와 단편 '낮잠'이 인터넷 게시판 글과 일본의 만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미 슈퍼스타즈…' 는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며 '낮잠'은 2007년 '문예중앙' 여름호에 게재된 단편이다.

박민규 씨는 그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삼미 슈퍼스타즈…' 표절 의혹에 대해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 '인명사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나는 이 글을 일종의 80년대 참새시리즈 같은 유머로 인식했다. 거기에 삼미 선수들 이름도 여러 명 들어 있었다"며 "저작권이 있는 글이라고 전혀 인식을 못했다"고 밝혔다.

또 '낮잠'은 당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마음이 아파서 쓴 글이라고 해명했다.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