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혜경, "'표절 논란' 신경숙은 과대포장·허위광고된 작가"

'신경숙 사태의 본질은 표절이 아니다'라는 글서 주장…문학출판사 책임 먼저 져야

소설가 신경숙씨.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신경숙은 과대포장 되었을 뿐 아니라 허위 광고된 작가입니다."

시인 노혜경(58) 씨는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신경숙 사태의 본질은 표절이 아니다'라는 글에서 "신경숙의 팬들에겐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신경숙의 소설들은 한국 문학이 고된 시간을 견디며 조금씩이나마 전진해 왔던 문학으로서의 본령을 무너뜨린 폐허 위에 우뚝 솟은 돈벌이 상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시에서 '반페미니즘의 페미니즘화' 문제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쓸 기회가 있었지만 소설은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쓸 기회가 없었다고 전제한 노 씨는 "신경숙이 90년대의 페미니즘 붐을 등에 업고 중요 여성작가로 부상되는 바로 그 즈음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이 극도로 불편했던 남성평론가들이 여성문학 붐을 가장 반여성적인 여성작가의 문학을 띄움으로서 잠재운 꼴이 되었다고 판단한다"는 설명이 뛰따랐다.

그는 또 "문학과지성·문학동네·창비 이 거대하고 위압적인 문학출판사들이 담합하여 거대언론 권력을 남용, 마구잡이로 띄우는 작가를 어떤 독자가 의심하고 읽겠는가"라며 "신경숙이 그리하여 점점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의 자리로 승천할 때, 그 뒤에서 제대로 된 한국문학은 힘겹게 연명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노 씨는 "역량이 안되는 작가에게 씌워진 월계관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생산해야 하는 의무는 또 얼마나 버거웠을까, 표절하라고 등 떠민 거나 다름없는 일 아니겠는가"라면서도 "신경숙을 이해하자거나 동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자기 자리가 아닌 자리를 차지하고도 반성이 없었던 그녀에게 오늘의 폭로당함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너무 오래 벗고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너무 늦게 알게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은 결국,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문학의 본령을 더럽힌 저 세 메이저 문학출판사의 편집위원들이 제일 먼저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왜 노벨문학상이 안 나오는지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노 씨는 "노벨문학상은 미문을 쓰고 달착지근한 연애담을 읊조리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 결코 아니며, 적어도 인류지성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문제의식을 지닌 작가에게 주려고 애를 쓰는 상"이라며 "그런데 지금 한국문학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문학인가"라고 지적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은 지난 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올린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에서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과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 문단을 나란히 비교하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다음날인 17일 신경숙 씨는 출판사 창비를 통해 "문제가 된 일본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창비 역시 두 작품의 유사성은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창비는 지난 18일 "표절 혐의를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신 씨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인정했다.

유명 소설가인 신경숙의 표절 의혹으로 인한 논란이 커지자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는 문화연대(공동대표 임정희, 원용진)와 공동으로 긴급 토론회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를 23일 오후 4시 서울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