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안 뽑고 혈당 재는 워치·링 시대 올까…제품화까진 높은 문턱

비침습 혈당 연구 결과에도 제품 적용은 미지수
의료기기 규제 문턱 높아…정확도·국내외 검증 관건

삼성전자가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공개한 '갤럭시 워치7'. 워치7 시리즈는 전작 대비 인체 센서 정확도 강화, 최종 당화 산물 지표 측정, 수면 무호흡 관리 기능, 향상된 심장 건강 모니터링, 3나노 프로세서 탑재, 데이터 처리 속도 및 전류 효율 개선, 이중 주파수 GPS 도입으로 도심 위치 정확도 향상 등이 개선점이다. (삼성전자 제공) 2024.7.10 ⓒ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당뇨 환자나 혈당이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면 하루 세 번 식후와 아침 공복 및 저녁 수면 전 총 5회에 걸쳐 날카로운 바늘로 손끝을 찌르는 혈당 측정에 대한 공포가 있기 마련이다. 몸의 혈당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주는 연속 혈당 측정기는 불과 10여일 정도만 사용하는 수준이면서도 개당 10만원을 호가한다.

만약 바늘로 찌르는 고통 없이 손목에 차는 시계나 하루 종일 끼고 있는 반지로 내 몸의 혈당 상태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하고 경제적일까. 생체정보 수집을 통해 각종 헬스케어 지능을 강화하고 있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이 '비침습' 혈당 측정을 목표로 삼은 것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간절한 수요에서 촉발됐다.

다만 혈당 측정은 의료기기 영역과 맞닿아 있어 실제 제품화까지는 정확도와 규제 검증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웨어러블 기기와 헬스앱을 결합해 건강관리 기능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워치 헬스 기능은 심박수, 운동량, 수면, 심전도, 혈압 등 생체신호 측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에는 혈당과 대사건강이 다음 경쟁 영역으로 거론된다.

혈당은 하루 생활의 영향을 곧바로 받는 지표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사람마다 혈당 반응이 다르고, 수면 상태나 운동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혈당 변화를 안정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면 스마트워치는 단순 활동 기록 기기를 넘어 생활습관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건강관리 기기로 활용될 수 있다.

비침습 혈당, 연구 성과와 제품화 사이 간극

비침습 혈당 측정은 최근 갑자기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피를 내지 않고 혈당 변화를 읽어내기 위해 광학, 전파, 초음파, 생체신호 분석 등 여러 방식이 연구돼 왔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2020년 공개한 연구는 이 가운데 '라만 분광법'을 활용한 사례다.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라만 분광법으로 생체 피부에서 포도당 신호를 직접 관찰한 연구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동물 피부를 대상으로 혈당 농도를 조절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라만 분광법은 빛을 쏜 뒤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물질의 종류를 구분하는 기술이다. 빛이 물질과 만나면 일부는 분자 구조에 따라 파장이 달라져 돌아온다. 이 변화를 분석하면 어떤 분자가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빛으로 포도당의 '흔적'을 찾는 방식이다.

하지만 연구 성과가 곧바로 상용 제품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손목에 찬 작은 기기는 땀, 움직임, 피부 상태, 착용 위치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혈당값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혈당 수치가 당뇨 환자의 약물 투여 판단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수치가 부정확하면 인슐린 투여나 식이 조절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심박수나 걸음 수보다 높은 수준의 정확도와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캠퍼스에서 열린 애플 행사에서 애플 워치 시리즈11 티타늄 모델이 전시됐다. 2025. 09. 09. ⓒ 로이터=뉴스1
직접 측정보다 데이터 해석이 현실적

삼성전자가 향후 갤럭시 웨어러블에서 비침습 혈당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능의 상용화 일정도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분간 시장의 무게는 직접 측정보다 데이터 연동과 해석 쪽에 실릴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워치가 혈당을 직접 재기보다 피부에 부착한 센서로 혈당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 데이터를 받아 보여주거나, 식단·수면·운동 데이터와 함께 해석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웨어러블 기기에서 대사건강 관련 기능을 일부 제공하고 있다. '갤럭시 워치7'에는 최종당화산물(AGEs) 지수를 추적하는 기능이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AGEs를 대사건강을 참고할 수 있는 지표로 설명한다. 다만 질병 진단이나 치료 목적이 아닌 피트니스·웰니스 기능에 해당한다.

애플도 애플워치를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애플은 심전도, 심박 알림, 수면, 혈중산소 등 건강 기능을 내세워 왔고 최근에는 고혈압 알림과 수면 점수 등 일상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혈당 기능이 주목받는 이유는 당뇨 환자 시장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이용자 사이에서도 식후 혈당, 수면 부족에 따른 대사 변화, 운동 효과 등을 확인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웨어러블 업체 입장에서는 심박수와 수면처럼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새 건강 지표를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

정확도·규제 검증이 상용화 관건

규제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2월 피부를 뚫지 않고 자체적으로 혈당을 측정하거나 추정한다고 주장하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FDA는 자체적으로 혈당값을 측정·추정하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을 승인하거나 허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혈당 측정 기능은 의료기기 규제와 맞물릴 수 있어 상용화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불가피하다. 단순 피트니스 지표와 달리 혈당 수치는 진단·치료나 투약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혈당은 웨어러블 헬스의 차세대 지표로 꼽히지만, 상용화 속도는 기술 개발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정확도 확보, 의료기기 규제, 소비자용 웰니스 기능과 의료 기능 사이의 경계 설정이 함께 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침습 혈당 측정이 구현되면 시장 파급력은 크겠지만, 지금은 출시 시점을 말할 단계로 보기 어렵다"며 "혈당 수치는 의료적 판단과 연결될 수 있는 만큼 국내외 규제 검증과 정확도 확보를 모두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