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재 앞둔 韓…김종철·주병기도 美 '입국제한법' 영향받나

美하원 법사위, 입국제한법 가결…쿠팡 조사 직접 사례로 거론
공정위 GVP·방미통위 인앱결제 제재 대기…"우회 압박 시도"

왼쪽부터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김종철 방미통위원장,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 뉴스1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구글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자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한 외국 공무원의 입국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제재가 직접 사례로 거론되면서 한국의 규제 당국과 담당 공무원도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등 미국 기업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 수장과 관련 공무원도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외교·통상 채널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미국 기업 규제 문제가 외국 공무원의 입국 제한이라는 입법 논의로까지 확장되면서 국내에서 진행 중인 구글 등 미국 빅테크 제재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자치구에 있는 구글 건물에 간판이 붙어 있다. 2020.10.20. ⓒ 로이터=뉴스1
'로비받은 일부 정치인'이라더니…결국 입법까지

22일 정가에 따르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마이클 바움가트너 공화당 의원이 발의한 '우리 영토 내 갈취범 금지법'(No Racketeers on Our Shores Act·H.R.9834)을 찬성 15표, 반대 8표로 가결해 하원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법안은 외국 정부 공무원이 미국 기업 등에 조사·법 집행·과징금·세금 등 규제 부담을 부과하면서 유사한 상황의 비미국 기업보다 더 강하거나 빈번하게 규제하거나 절차상 불리하게 대우한 경우 미국 입국을 제한하거나 미국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국 기업을 규제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공무원의 입국이 자동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비미국 기업과 비교해 차별적인 규제를 했다는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아직 하원 본회의와 상원 심사도 남아 있어 실제 법률 제정 여부와 적용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주목할만한 부분은 법안 추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제재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는 점이 다.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지난 16일 법안 심사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지속해서 압박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등을 겨냥해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우리 영토 내 갈취범 금지법'(No Racketeers on Our Shores Act-H.R.9834) (법안 전문 표지 갈무리)

앞서 지난 7월 미 하원 법사위도 '경쟁에 폐쇄적(Closed for Competition):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반복적인 조사를 개시하고 과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 법사위는 당시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를 차별적 대우라고 주장하며 공정위의 집행 방식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쿠팡뿐 아니라 한국의 플랫폼 규제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등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사례로 문제 삼았다.

미국은 지난해 한미 통상 합의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한다는 미 의회 측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8일 "국적 차별 없이 모든 기업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대규모 제재 대기…한미 디지털 규제 갈등 새 변수

미 의회의 문제 제기가 현재까지 쿠팡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향후 관심은 구글 등 다른 미국 빅테크에 대한 국내 규제로도 향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공정위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각각 구글을 상대로 굵직한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나이젤 코리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 객원연구원은 앞서 뉴스1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개별 사건의 결론보다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규제의 절차와 반복되는 패턴을 보고 있다며 구글에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미 정부와 의회가 신속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나이젤 코리(Nigel Cory)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 객원연구원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7월 구글이 게임사와 체결한 'GVP'(Games/Google Velocity Program) 계약을 통해 경쟁 앱마켓의 사업 활동을 방해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심사관이 산정한 관련 매출액은 약 14조 1600억 원이다. 법정 상한인 6%를 단순 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약 8496억 원에 달할 수 있다. 실제 과징금 규모는 향후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된다.

방미통위의 구글·애플 인앱결제 강제 관련 제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양사가 앱 개발사에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거나 제3자 결제에 불합리한 조건을 부과한 혐의에 대해 방미통위는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추진 중인 미국 법안이 한국의 구글 제재나 관련 공무원을 직접 적용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 의회가 한국의 쿠팡 규제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 사례로 직접 거론하고,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규제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온 만큼 향후 구글 제재 결과가 한미 간 디지털 규제 갈등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송백훈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관세를 부과하고 전쟁을 해도 무역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기 힘들기 때문에 미국은 안보·이민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쪽으로는 국제적으로 제재에 대해 합의가 된 바가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써서 압박을 가하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요 활동 무대인 한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실효적으로 견제하려는 시도"라며 "외교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규제 조치가 가져올 사후적인 파장에 대해 논의한 후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