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왔는데 1990년대 법 그대로…30년째 칸막이 규제
[콘텐츠 거버넌스]②OTT 아우르는 통합법 논의 물살
"뱐화된 산업 구조 맞게 법도 바뀌어야"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1000억 원.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한 시즌 제작비 규모다.
어느덧 콘텐츠 산업은 매년 수조 원이 투입되는 거대 산업이 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2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2024년 방송사업자의 직접제작비(자체·외주·구매)는 2조 97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 기간 방송사업자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공급한 드라마는 연간 108편 수준이다.
이 가운데 K-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산업으로 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157조 원, 이중 방송영상산업 매출은 25조 원가량이다.
창작 활동으로 생산된 지식재산(IP)이 핵심인 콘텐츠는 장르를 넘나들며(2차 저작) 폭발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일본의 포켓몬스터 IP의 경우 누적 매출이 154조 원 이며 '포켓몬 고' 게임으로만 8조 30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누적 5억 부가 판매된 영국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로만 12조 원의 수익을 거뒀고 모바일 게임으로 1조 4000억 원을 벌어들였다.
한국의 오징어게임 시즌1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1조 3000억 원, 내년까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높아진 위상에 맞춰 글로벌 플랫폼도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4년부터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3조 2000억 원)를 투자해왔다.
문체부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2030년까지 K-컬쳐 300조 원, 문화수출 50조 원 달성을 목표로 K-콘텐츠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성장 유망한 시장을 뒷받침하는 법과 정책이 30년 전 체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OTT가 콘텐츠의 주요 유통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영화와 드라마, 예능은 같은 플랫폼에서 소비되고 제작과 유통 방식도 하나의 산업으로 재편됐지만 법은 여전히 영화와 방송을 나눠 바라보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 영화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로, 방송은 '방송법'으로, 콘텐츠 산업 전반은 '영상진흥기본법'으로 각기 다른 법률이 적용되고 있다. 심지어 콘텐츠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가 된 OTT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영상진흥기본법은 1995년, 방송법은 2000년 제정된 이후 근본적인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두 법 모두 OTT와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유통이 일반화되기 이전 만들어져 변화한 산업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산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산업에 맞춰 법과 정책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콘텐츠 산업은 우수한 지식재산(IP)이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인 만큼 산업 진흥 정책도 IP의 발굴·보유·확산 등 생애주기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은 정말 빠르게 변했지만 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방송법이 제정된 이후 위성방송, IPTV를 거쳐 OTT가 미디어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규제 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이제는 영화와 방송을 따로 보는 시대가 아니라 콘텐츠 자체를 하나의 산업으로 봐야 한다"며 "플랫폼은 유통 방식만 달라졌을 뿐인데 법은 여전히 산업을 나눠 규율하고 있다. 영화와 방송, OTT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정책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미 변화한 산업 구조에 맞춰 제도를 정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7년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VMSD)'을 도입해 방송뿐 아니라 주문형 시청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이후 OTT와 동영상 플랫폼의 확산에 맞춰 2018년 지침을 전면 개정하며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국내에서도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시작됐으나 제도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화와 방송, OTT를 하나의 콘텐츠 산업으로 보고 정책·진흥 체계를 통합하는 내용의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영상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맞아 전 장르를 포괄적으로 진흥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 마련됐다. 유형물인 '영상물'을 유무형을 포괄하는 '영상콘텐츠'로 개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 영화업자, 방송영상독립제작사와 OTT플랫폼 사업자 등을 모두 포괄한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방송과 IPTV, OTT 등을 하나의 체계에서 규율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영화와 방송, OTT 등을 아우르는 통합법 체계로 가는 방향은 맞고도 불가피한 방향"이라며 "시장은 빠르게 변했는데 법과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만큼 이제는 산업 구조에 맞는 규제 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산업 진흥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진흥의 초점을 우수 IP 발굴·보유·확산 등 생애주기 지원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생산물(IP)이 다방면으로 활용되며 반복·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특성을 보여준다"며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우수 IP 확보·확장이다. 진흥 중심 전 주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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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극장과 TV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콘텐츠 산업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이 플랫폼을 넘나들며 소비되면서 콘텐츠의 기획·제작·유통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추세다. 산업 환경은 달라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정책은 과거 체계에 머물러 있다. <뉴스1>은 변화한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짚고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콘텐츠 정책·법제도 개편 방향과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