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창]AI 음악, 창작의 확장인가 보상의 붕괴인가

(서울=뉴스1) 박은지 서울대 음악학 강사 = 지난 3월 공개된 국내 AI 대비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음악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감사원이 음악저작권협회에 2024년 200곡 이상을 신규 위탁한 81명 가운데 음원 사이트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29명의 등록곡 8540곡을 표본으로 뽑아 AI 식별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5200여 곡(61.9%)에서 생성형 AI 활용 가능성이 확인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듣는 음악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이 '사람의 영감'에서 나왔는지 더 이상 쉽게 단언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셈이다.
AI 음악은 이제 누구나 몇 줄의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보컬, 반주, 장르, 분위기를 갖춘 곡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창작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기술적 진전이다. 누군가는 AI가 만든 음악을 그대로 즐기고, 또 누군가는 AI가 제시한 기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른 프로그램과 자신의 판단을 더해 새로운 창작물로 발전시킨다.
문제는 음악을 만들기 쉬워졌음에도 이에 대한 규범과 체계는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AI로 생성된 음악이 누구의 창작인지, 누구에게 보상이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모호하기만 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논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디저(Deezer)는 2025년 4월 자사 플랫폼에 하루 2만 곡 이상의 완전 AI 생성 트랙이 올라오며, 이는 전체 업로드의 18%라고 밝혔다.
이후 디저는 자사 분석을 통해 AI 생성 음악 스트림의 최대 70%가 사기성 재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음악이 음악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도 창작의 기회를 열어 준다는 기대와 달리, 보상 체계를 자동화된 투기 모델로 왜곡할 위험도 함께 키우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저작권 문제도 간단치 않다. 독일 음악저작권협회 게마(GEMA)는 2025년 1월 AI 음악 생성 기업 수노(Suno)를 상대로 뮌헨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AI 학습에 쓰인 원곡 저작자에게 보상을 지불하라는 소송이었다. 이 소송은 AI로 생성한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 AI가 만들어낸 산출물에 쓰인 저작자의 동의와 보상이 어디까지 필요한가를 묻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 저작권청 역시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는 인간의 창작 통제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해 왔다. 결국 핵심은 AI를 창작 도구로 사용했는가, 아니면 창작 판단 자체를 AI에 맡겼는가의 구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 아이디어를 무한대로 제공하는 유용한 AI 음악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음악은 언제나 새로운 도구와 기술과 함께 변해 왔다. 기술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그 과정 덕분에 인류의 음악이 오늘날까지 발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악보 인쇄, 녹음 기술, 신시사이저, 샘플링도 처음에는 음악의 본질을 흔드는 기술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 기술들이 예술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사용 방식과 권리 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물론 AI는 이전의 기술들과 다른 차원의 도구이다. 그것은 단순히 소리를 기록하거나 변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창작 판단 자체를 모방하고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음악에 대한 막연한 찬반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 개입과 기계적 자동 생성을 구분하는 정교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음악의 미래를 넓히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가능성만큼이나 창작자의 권리, 데이터의 출처, 청취자의 알 권리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실제로 애플 뮤직(Apple Music)은 2026년 3월 산업 파트너에게 보낸 뉴스레터를 통해, AI로 생성되거나 AI가 활용된 음악과 시각 자료에 대해 ‘투명성 태그(Transparency Tags)’의 선택적 도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음악을 금지하기보다, 어떤 단계에서 AI가 사용됐는지를 청취자에게 알리는 방향으로 플랫폼 정책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AI 음악의 긍정적 미래는 기술의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는 인간 창작자의 권리와 청취자의 알 권리를 함께 지키는 규칙을 얼마나 정교하게 세우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은지 서울대학교 음악학과 강사
△서울대학교 음악학 박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공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음악 석사
△프랑스 말메종국립음악원 및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음악 학사
△국제음악학회 IMS Auditory History 정회원
△영국 왕립예술협회 RSA 펠로우, FRSA
△한국음악지각인지학회 KSMP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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