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반출은 데이터 활용권 이전"…'데이터 주권' 사후대책 강조

AI 학습·공간정보 독점 허용…관리공백·기술격차 우려
구글 서버 제휴업체 선정 엄밀성·반출요건 강화 등 정책 제언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긴급진단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2026.03.11. ⓒ 뉴스1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의 이동이 아니라 '데이터 활용권'을 이전하는 일이라는 분석에 산학계가 의견을 모았다.

국내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 후 반출한다고 해도, 이를 기반으로 학습시킨 인공지능(AI)이나 이동 패턴 등 파생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쌓이면 정부의 사후관리 범위 밖으로 이탈한다는 우려에서 나온 지적이다. 국내 산업계와의 기술 격차를 키울 위험도 있다.

산학계는 이제 지도 반출 여부를 둘러싼 논쟁보다 반출 후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사후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에 반출될 데이터 가공을 맡을 국내 제휴업체가 단순 하청이 아닌 협력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안 사고와 국내 공간정보 산업 피해를 막을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AI 학습해 공간정보 독점…파생 데이터 사후통제도 필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진단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는 지도 반출 후 국내 산업 생태계 경쟁력 약화와 데이터 주권 침해 우려가 주요하게 논의됐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지도 반출의 핵심은 데이터 가공, AI 학습, 재배포 권한을 해외로 이전한다는 점"이라며 "구글이 지도 반출을 요청한 진짜 목적은 AI로 국내 공간정보를 독점적으로 학습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파생된 데이터의 관리 감독과 정부 사후통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2월 27일 지도 반출 결정 당시 국토교통부는 보안사고 대응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구글이 조건 불이행 시 반출 허가를 중단하되, 전자적 파일의 물리적 회수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 회장은 "반출된 원본 지도를 기반으로 만든 파생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쌓이면 정부의 관리·감독 범위를 이탈하게 된다"며 "구글이 반출된 지도를 이용해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하면 1년 안에 자체 (공간정보) 데이터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보안사고 대비책으로 마련한 '레드버튼'의 한계도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구글에 지도 반출을 조건부 허용하면서 국가 안보 관련 긴급위협이 발생했을 때 서버에서 데이터 노출을 중지시키는 조치(레드버튼)를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안 회장은 "레드버튼은 반출된 지도에서 파생된 데이터까지는 추적하기 어려워 사후통제의 실효성이 제한된다"며 "(국내 데이터센터 건립 없이) 해외 본사 중심 운영은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부 조사에 비협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글 제휴업체 엄밀 선정해야…반출요건 강화 필요성도

반출이 결정된 만큼 데이터의 사후 관리와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제언이 함께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궁극적으로 데이터 주권 확보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임시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구글에 지도 가공 서버를 제공할 국내 제휴업체는 정책 이해도가 높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여하되, 이들을 반출 데이터의 통제 앵커로 활용해야 한다"며 "앞으로 공간정보산업은 데이터 구축부터 유통, 활용, 제도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범정부 실행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도 반출 심사 때 안보 외에 산업 영향 평가와 데이터 주권 검토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반출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며 "구글이 지도를 수집하고 AI 학습을 통해 공간 연산 능력을 확보하면 자율주행·로봇·물류 등 플랫폼 생태계 전체를 독점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반출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김 대표는 지도반출 협의체의 회의록 미공개와 협의체 민간위원 사퇴 후 일방적 교체, 사회적 논의 부족 등을 지적하며 이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산·학·정 협력 강조…애플 반출심사 남아있어

국토부는 지도 반출 이후 국내 산업 생태계의 향방을 두고 산학계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지도 반출 요구 역시 지난해 12월 서류 보완을 이유로 지금까지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김태형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장은 "고품질 공간정보를 만들기 위해 산학계와 정부가 한 몸이 돼야 한다"며 "지도 반출 후 형성될 산업 구조에 대해 업계·학계·정부가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지도 내 길찾기 등 일반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 가능한 시점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김 과장은 "정부가 제시한 반출 조건을 구글이 모두 이행한 것이 확인되면 지도를 반출하기로 한 것"이라며 "서비스 관련 사항은 구글의 자체 일정이라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