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저해 vs 셀러 보호' 논란의 온플법…미 압박에 눈치보기

[긴급진단]⑤1년 반째 답보하는 온플법…19개 법안 국회 계류
2갈래 분리·사전 지정제 논의 모두 중단…韓 기업 역차별 주장도

편집자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무기화' 전략을 강화하면서 국내 디지털 정책이 사정권에 들었다. AI 시대 산업과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국내 디지털 정책이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으로 인해 '산업적 측면'으로만 판단하기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표적이 된 우리 정부의 디지털 정책이 국가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정책의 향방은 시계제로에 빠졌다. <뉴스1>은 정책과 우려 지점을 하나씩 진단해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소상공인·중소기업 5대 민생입법 촉구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 단체협상 5법, 미래자동차전환 정비업자 보호법, 자영업자 계약안정성 강화법, 납품대금연동제강화법 등의 국회 입법을 촉구했다. 2025.2.18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 차별'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한 대표적인 디지털 정책에는 일명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있다. 온라인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나 독과점을 규제해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벤처·스타트업 등 소규모 플랫폼 사업자들은 혁신의 싹을 자르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무역대표부가 온플법 추진을 '미국 기업 차별 행위'로 규정하며 관세 압박의 카드로 활용하자 논의 자체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로 더욱 불투명해졌다.

미국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 정책 중에서도 시장 독과점 기업을 제재하는 '독점규제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온플법 19개 국회 계류…1년 반째 지지부진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온플법 관련 법안 19개가 계류돼 있다. 이 법안들은 2024년 6월부터 발의돼 약 1년 반째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온플법은 크게 시장 지배적 기업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독점규제법'과 배달앱 수수료 상한 지정이나 입점 상인의 정산기일 단축 등을 통해 플랫폼 입점 업체 보호에 초점을 둔 '거래 공정화법' 두 갈래로 나뉜다. 22대 국회에는 독점규제법 4개, 공정화법 10개, 병합안 5개가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주도로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들을 독점규제법과 거래 공정화법 두 갈래로 각각 병합해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그간 온플법은 몇 차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됐으나 큰 동력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다 2024년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불리는 정산금 미지급 사태로 영세 입점 상인들의 고통이 부각되면서 정산기일 단축을 주 내용으로 한 온플법 제정이 다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연이어 같은 해 배달 수수료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수수료 상한제까지 법에 넣는 방안이 추진됐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규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국내 실정에 맞는 규제를 마련하도록 논의가 이어져야 하지만 미국 정부가 온플법을 걸고 넘어지면서 논의 자체가 멈췄다. 미국이 구글·애플·메타 등 자국 빅테크 기업에 적용될 제재를 우려해 독점규제법 추진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독점규제와 공정화법을 따로 입법하는 추세"라며 "현재 미국과의 통상 문제를 고려하면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독점규제법을 별도 법안으로 분리해 추진하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독점규제법' 분리·'사전 지정제' 논의 모두 멈췄다

지난해 당정은 독점규제법을 제외한 공정화법만이라도 논의하려 했지만, 미국의 반발을 고려해 당시 앞두고 있던 8월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상황을 보겠다며 논의를 미뤘다.

여기에 이번 무역법 301조까지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을 겨냥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통상 갈등의 소지가 있는 행보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 하원은 짐 조던 법제사법위원장 명의로 한기정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온플법 제정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과도한 규제"라고 우려하며 관련 법안 제정에 따른 영향을 설명하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이에 독점규제법이 제재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한 논의도 멈췄다.

온플법은 당초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지정해 놓고 관리하는 내용의 '사전 지정제'로 문재인 정부 때 처음 추진됐다. 윤석열 정부로 들어서면서 플랫폼 관련 정책은 국민의힘이 추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사후 추정제' 위주로 논의됐다. 독과점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플랫폼 정책 논의는 사전 지정제 기조를 이어받은 온플법 중심으로 재점화했다. 온플법 제정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당정은 한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한 후 온플법 논의의 가닥을 잡으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26일에는 대미투자특별법을 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도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온플법의 사전 지정제 기조 논의도 멈춰 있다. 미국이 사전 지정 규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어 공정화법부터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3월 열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야당과 함께 (온플법 추진) 안건을 협의해야 하는데 대미투자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느라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상훈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위한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미투자특별법안 관련 경제계 조찬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4 ⓒ 뉴스1 신웅수 기자
온플법, 美만 겨냥 아니다…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

미국의 주장처럼 독점규제법 중심의 온플법이 미국 기업만을 겨냥한 규제는 아니다. 국내 사업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 기업에 우리 정책을 강제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국내 기업 역차별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국내 월평균 활성 이용자 1000만 명 이상과 연 매출 3조 원 이상을 충족하는 기업이 시장 지배적 플랫폼에 해당한다.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공정위에 사전 지정 대상으로 신고해야 한다. 구글·애플 등 해외 빅테크는 물론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 등 국내 플랫폼 기업까지 규제 대상이다.

플랫폼 업계는 해외 빅테크가 국내 기업에 비해 매출 규모 집계가 어렵고, 상대적으로 규제를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에 더욱 차별적인 조치라고 반발해 왔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업계 입장에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플랫폼 규제를 환영할 수 없다"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스타트업 역시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빅테크와 협력해야 하므로 중장기적으론 규제가 불리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