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외교통상 시험대 오른 韓 '디지털 정책'…시계제로

①고정밀지도·온플법·망사용료 겨냥 전망
"美 기업 차별시 보복 관세"지만…정책 불공정 여부 따져봐야

편집자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무기화' 전략을 강화하면서 국내 디지털 정책이 사정권에 들었다. AI 시대 산업과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국내 디지털 정책이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으로 인해 '산업적 측면'으로만 판단하기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표적이 된 우리 정부의 디지털 정책이 국가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정책의 향방은 시계제로에 빠졌다. <뉴스1>은 정책과 우려 지점을 하나씩 진단해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 등에 대한 위법 판결에 대한 대체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6.02.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우리 정부가 국내 디지털 산업 관할을 위해 운영하는 '디지털 정책'에 대한 미국의 칼날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무역법 301조' 카드를 꺼내 들면서 관세 협상 대상 국가에 다양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정부의 디지털 정책을 '관세 부과'를 위한 트리거로 써 먹으려는 모양새다.

공정한 시장 질서와 안전을 위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준수해야 할 정책을 규율하고 감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통상 의제'로 치환돼 버린 것이다.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국내 디지털 정책 상당수는 국회에 계류됐거나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다. 관세를 무기 삼은 미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들 정책의 향방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美 차별시 보복관세"…'무역법 301조'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부과하는 글로벌 관세 10%는 지난 24일 오후 2시 1분(미 동부 시간 24일 0시 1분)을 기해 발효됐다. 이와 함께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규제 등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에 착수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반발해 꺼내든 대체 수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 글로벌 관세의 적용 기한인 150일 동안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고 품목별 관세를 결정해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로 미국 기술 기업과 디지털 상품·서비스의 차별, 디지털서비스세 등 우려 사항을 다룰 것으로 예상한다"며 "불공정 무역 관행이 존재하고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USTR 조사 후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리어 대표가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차별 행위를 조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한국 역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를 알리는 내용의 미국무역대표부(USTR) 공식 성명 (USTR 공식 성명 갈무리)
앞길 깜깜한 디지털정책…'美 차별'은 따져봐야

주요 디지털 정책 의제로는 곧 최종결정을 앞둔 구글·애플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자국 기업 차별이라고 보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최근 재점화한 망 사용료 제도화 논의 등도 사정권에 든다. 이들은 결정이 유보됐거나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다만 미국의 주장처럼 해당 정책들이 실제로 미국 기업에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지는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 등 국내 지도 사업자는 국토부 보안 심사 규정에 따라 통제된 보호구역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가공하고, 국가 안보 시설에 철저한 보안 처리를 적용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구글·애플은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청와대의 위성사진과 위치를 보안 처리 없이 지도에 노출했고, 국내에 직접 투자·구축한 데이터센터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럴 경우 국내 지도 서비스로 수익을 내더라도 상응하는 법인세와 보안사고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미국 빅테크만이 아닌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내외 거대 플랫폼을 모두 아우른다. 망 사용료 부과 의무 역시 SOOP·치지직 등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불확실성 커진 디지털 통상 환경…전략적 합의점 찾아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무기화' 전략이 국내 디지털 규제 압박을 심화한다고 진단한다. 불투명해진 통상 환경에서 국익을 지키려면 타 산업군의 경쟁 자산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향한 미국 정부의 불만은 예전부터 쌓여 왔기에 디지털 규제 관세를 예고한 현 상황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서도 "미국에 내줄 부분과 지킬 부분을 확실히 정해 디지털 정책의 명확한 방향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는 "반도체 등 한국이 지닌 경쟁 자산을 활용해 디지털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