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가 해답일까요?"…청소년들이 SNS금지법에 '정색'한 이유

방미통위,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 관련 열린 간담회 개최
김종철 위원장 "청소년 판단과 의견 존중해 정책 만들겠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5일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 관련 열린 간담회'를 개최했다. (방미통위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청소년들은 어떤 규제도 뚫어낼 대단한 친구들이에요. 지금도 유튜브 등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 제한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만 어떻게든 이를 우회해서 사용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SNS를 전면 금지, 규제한다면 청소년들이 나이를 속이거나 어둠의 경로로 빠질 위험이 더 커질 것입니다."

14세, 아직 앳된 얼굴의 한 중학생이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을 향해 쓴소리를 뱉어냈다. 최근 정부가 도입을 언급했던 'SNS 금지법'에 대해서다.

그는 청소년의 SNS 이용 유형 등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규제를 만들 경우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5일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 관련 열린 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SNS 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과의존 문제와 영향, 건강한 이용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청소년 대표로는 성평등가족부의 청소년 정책참여기구인 '청소년특별위원회', 청소년 입장에서 사회 현안을 보도하는 '대한민국 청소년기자단', 정책 제안 및 캠페인 등을 통해 청소년 권익 신장에 나서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의회', 건강한 미디어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활동 중인 중·고등학생 12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국내 SNS 금지법 추진에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김모 양은 "최근 국제 행사에서 청소년 SNS가 전면 금지된 호주 친구들을 만났는데 SNS가 없어서 참석자들과 교류·소통하지 못하는 것을 봤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주 안에서도 규제에 대한 반발이 심하고 일부 친구들은 우회하거나 불법적인 경로로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경북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심모 군은 "청소년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흡연은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SNS는 백해할지라도 무익하지는 않다"며 "SNS를 통해 얻는 것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사용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5일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 관련 열린 간담회'를 개최했다. (방미통위 제공)
"전면 금지 대신 '교육'으로 능력 길러줘야"

학생들은 금지보다 교육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 그들이 스스로 알고리즘으로 인한 확증편향과 필터 버블, 가짜뉴스 등 부작용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모 군은 "사용 자체를 막기보다는 단계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즉 SNS나 인터넷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속지 않고 스스로 조절하며 쓰는 능력을 교육해야 한다"며 "요즘은 초등학생도 SNS를 사용하기 때문에 저학년부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학교에서 방송반으로 활동한다는 최모 군은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때마다 교실을 돌아보면 절반은 자고 있고 일부 교실에서는 소리를 꺼놓은 곳도 있더라"며 "교육을 하더라도 청소년들이 직접 실감하고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모 양은 "무조건 차단하는 방식보다는,사용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SNS 사용 시간을 줄인 만큼 혜택을 주거나, 친구들과 사용 시간을 공유해 서로 확인할 수 있다면 스스로 조절하려는 동기가 생길 것"이라며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김종철 "청소년 판단과 의견 존중하는 방향으로 접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청소년 SNS 금지법 검토를 언급해 논란이 됐던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전면 금지' 등 급진적인 규제가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외에도 다양한 SNS 앱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청소년들의 SNS 활용 현황을 면밀히 파악한 뒤 맞춤형·단계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규제나 대응방안이 원래 의도대로 100% 작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사용시간 규제와 관련해서도 단순한 제한이 아니라 보다 입체적이고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규제를 받게 되는 청소년들의 판단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허위·조작 정보와 유해 정보를 판별하고 좋은 정보를 가까이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은 이제 필수적인 교육 과제가 됐다"며 "교육은 내용만큼이나 방법이 중요하고, 미디어를 활용한 참여형·문제해결형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간담회로 끝내지 않고 향후 지속해서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간담회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여론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나갈 계획"이라며 "청소년들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의견을 출발점으로 삼되 앞으로는 공식적인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 의견을 함께 수렴하며 문제를 진단하고, 어느 수준까지의 대응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지 숙의하는 공론화 과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