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0분의 1 자원으로 싸워야"…ETRI, 피지컬AI 'AI 두뇌' 승부
박세웅 ETRI 원장 기자간담회…"韓 플랫폼 전략 필요"
200억 규모 GPU 제3센터 추진…기술료 1000억 목표
- 나연준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박세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피지컬 인공지능(AI) 경쟁에서 한국이 중국과 같은 '물량전'을 벌이기보다 한정된 연구 자원을 결집해 AI와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휴머노이드 등 로봇의 몸체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실제 산업·생활 현장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범용 로봇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한국도 강점이 있는 AI 기술을 중심으로 승부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박 원장은 30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중국 로봇 산업 현장을 둘러본 경험을 소개하며 "중국과 미국은 당연히 우리보다 앞서 있고 중국은 보디(몸체) 쪽에서 엄청나게 진보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중국 로봇의 '한계'였다. 개별 로봇이 특정 동작을 수행하는 기계적인 성능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사람이나 주변 사물과 상호작용하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메커니컬 부분에서는 진보했지만 혼자 퍼포먼스를 잘하는 것과 사람과 터치하거나 어떤 대상을 두고 일하는 것은 다르다"며 "그 부분은 로봇이 쓰이는 각 도메인에서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처럼 여러 환경에 투입돼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 휴머노이드가 등장하기까지는 5~10년 정도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ETRI는 이 틈을 파고들어 로봇의 몸체보다 'AI 두뇌'에 연구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비롯한 로봇지능을 확보하고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학습·검증하면서 피지컬AI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ETRI가 추진 중인 로봇 안내견 등이 대표적이다. 특정 환경에서 실제 로봇을 활용하며 필요한 AI·로봇 요소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다른 분야로 확장해 향후 범용 휴머노이드 시대에 대비한다.
박 원장은 "중국은 국가 주도로 200~300개 로봇 회사가 있고 모두 피지컬AI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의 100분의 1의 리소스로 싸워야 한다"며 "리소스를 통합해 플랫폼을 만들고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우리가 입지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TRI는 피지컬AI를 비롯한 AI 연구의 기반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도 확충할 방침이다.
현재 ETRI는 내부에 AI 컴퓨팅 1·2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두 센터가 보유한 GPU는 A·B시리즈 등을 합쳐 약 300~400장 규모다.
그러나 AI 연구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ETRI의 판단이다. 이에 차세대 GPU를 도입한 제3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한다. 자체적으로 약 2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일연 ETRI 부원장은 "현재 가진 GPU가 300~400장 정도인데 규모 면에서 크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제3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200억원 정도 규모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투자만으로 대규모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지원사업을 통한 GPU 추가 확보도 추진한다. 지역 기관 및 다른 출연연이 보유한 GPU를 연계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ETRI는 연구 결과를 산업과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강화한다.
ETRI가 연간 벌어들이는 기술료 수입은 약 600억 원 수준이다. 전체 예산 약 7000억 원의 10%에 못 미치는 규모다. 박 원장은 이를 1000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는 고품질 특허 확보에 집중한다. 단순히 특허 출원 건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료 수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박 원장은 "기술료를 받는 특허나 표준은 소수 몇 개"라며 "의미 있는 해외 특허에 주력해 해외에도 팔 수 있는 부분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품질 해외 특허를 2~3배 추가해 기술료 수입을 확대하겠다"며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약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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