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빙하호 '시한폭탄' 5.6만개…과학계 '지구의 지붕' 도미노 붕괴 경고

온난화로 빙하 후퇴, 새로운 빙하호 형성 가능성
AI로 빙하 변화 추적…위험지역 선별해 집중 감시

28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에서 작업자들이 굴착기를 이용해 홍수 피해 지역의 진흙을 치우고 있다. 2026.08.28. ⓒ AFP=뉴스1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기후변화로 히말라야의 빙하가 후퇴하면서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는 '작은 빙하호'가 5만 개 이상 생겨날 수 있다는 과학계 경고가 나왔다. 작은 호수라도 붕괴하면서 인근의 다른 빙하호를 잇달아 무너뜨리는 '연쇄붕괴'를 일으키면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30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근 네팔 북부와 중국령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서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빙하 재난 위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홍수는 빙하와 암석이 대규모로 붕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지에서 수색 작업이 계속되면서 사망·실종자 등 인명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과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의 빙하가 후퇴하고 고산지대의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빙하와 빙하호에 대한 보다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빙하가 후퇴할수록 위험성이 있는 새로운 빙하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5월 발표된 연구에서는 3차원 고차 학습 모델을 활용해 현재 얼음으로 뒤덮인 전 세계의 빙하 아래 지형을 복원했다. 그 결과 향후 빙하가 사라질 경우 호수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지형 5만 6659곳이 발견됐다. 특히 히말라야를 포함한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하 아래에서 주변보다 깊게 파인 지형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빙하 후퇴로 새로운 빙하호가 만들어질 경우 향후 빙하호 붕괴홍수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수가 늘어나면서 연쇄 붕괴에 대한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과학계에서는 대형 빙하호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빙하호에서도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학술지 NHESS(자연재해 및 지구시스템과학)에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된 연구(영국 리즈대, 스위스 취리히대 등 공동 연구진)에서는 작은 빙하호라도 연쇄적으로 붕괴할 경우 큰 재난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2024년 8월 네팔 에베레스트 지역 타메에서 발생한 빙하호 붕괴홍수(GLOF)를 분석했다.

기존 히말라야 빙하호에 대한 위험평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호수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일부 기존 연구에서는 면적 0.1㎢ 이상인 빙하호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타메 홍수의 시작점이 된 상류 빙하호는 2010년 기준 0.018㎢ 수준이었다. 2000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호수였지만 빠르게 성장해 사고 직전에는 0.11㎢까지 커졌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빙하호였지만 연쇄 붕괴의 파괴력은 컸다. 상류 호수에서 쏟아진 물이 약 700m 떨어진 하류 빙하호를 덮치면서 두 번째 붕괴를 일으켰고, 두 호수에서 약 77만㎥의 물이 방출됐다. 홍수는 최초 붕괴 이후 단 22분 만에 타메 마을에 도달했고, 이로 인해 주민 수백 명이 대피하고 학교, 보건시설 등이 파괴됐다.

연구진은 당시 사고를 근거로 빙하호의 크기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는 기존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진은 위험평가에서 호수의 면적 기준을 낮추고 상하류 빙하호 간 연결성과 연쇄 붕괴 가능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팔 대홍수의 원인으로는 고산지대의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얼음 눈사태'가 지목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질학자들과 빙하학자 등을 인용해 빙하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계곡으로 쏟아져 내려가면서 암반과 토사, 얼음이 합해져 물살처럼 하류를 덮친 것으로 보고 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문제는 접근이 어려운 히말라야의 수많은 빙하와 빙하호가 언제,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일이 관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AI를 활용해 이러한 관측의 빈틈을 메우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8월 국제학술지 영국지질학자협회 회보(PGA)에 공개된 연구에서는 AI를 활용해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의 빙하 1만 8566개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이 1990년부터 2024년까지의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정보를 AI에 학습시킨 뒤 빙하의 변화를 추정한 결과 실제 관측값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AI가 빙하 붕괴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수많은 빙하 가운데 얼음이 빠르게 줄어들거나 평소와 다른 변화가 생기는 곳을 찾아내 향후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할 지역을 선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접근이 어려운 고지대는 위성·드론 영상과 지상 센서를 함께 활용하는 빙하호 붕괴홍수 특화 조기경보체계가 필요하다"며 "실시간 수문 자료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갱신되는 인공지능 기반 수위 예측 모델을 결합하면 통상적인 강우성 홍수와 빙하 붕락·산사태에서 비롯한 돌발홍수를 구분해 대응 강도와 경보 단계를 차등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yjra@news1.kr